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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pol)스토리

경찰서 목욕탕 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4. 3. 28.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경찰관서에는 샤워시설이 있다.

 

경찰관 직업의 특성상 수시로 밤샘 야근을 해야하는데

아침에 근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샤워시설은 필수인것 같다.

 

 그래서 제주경찰에도 10여년 전부터

지방청을 비롯한 경찰서에 목욕탕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이러한 경찰관서의 목욕탕 사우나 시설은 

아마도 경찰관들을 위하여 가장 좋은 복지시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우나 시설을 하기 전에는 밤샘 근무를 하고 나면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겨우 양치와 고양이 세수를 하고 다시 근무를 했었는데

 

몸에서 땀 냄새가 나는 부스스한 차림으로 근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주경찰의 이런 획기적인 복지시설은

2003년도 유환춘 제주청장이 추진하여 만들어 졌다.

 

유환춘 청장은 국민의 정부 말기 2002. 11월 제주청장으로 부임했는데

특별예산을 확보 지방청은 물론 경찰서까지 목욕탕 시설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4개월만인 노무현 정부 출범기 2003. 3월에 다시 전출가셨으니

제주경찰청장 근무기간은 모두 4개월여로 너무 짧았지만,

 

이 목욕탕 시설로 인하여 제주경찰에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청장이 되었다.

 

 

제주경찰은 사우나에는 이름을 붙였는데

지방청은 '심신정', 서귀포경찰서는 '청포정'이라 명명하였다.

 

이 사우나의 비누와 치약 그리고 화장품 등 실비를 직원들이 부담하고 있으며

아침 출근 전과 저녁 퇴근 후에는 많은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어

 

경찰관들이 복지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있다.

 

 

경찰은 계급을 표시하는 직업이지만

사우나에서 만큼은 의무경찰이나 경찰 고위 간부들이나 다 벗는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은 시간대에 다 같이 이용을 하고 있으며

 이 사우나에서 야간 당직사건이나 새로운 소식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이 사우나에서는 상사와 직원들을 구분하는 것은 전혀 없다.

 

사실 이 사우나 시설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높으신 간부들이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그러나 시설 완공 후에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사우나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여도

기관장인 청장님이나 서장님이 사우나에 들어오면 달라진다.

 

언젠가 제주청장이 '심신정'에 들어 왔는데

목욕을 하던 직원들이 슬슬피하면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청장은 사우나에 들어가면서 "꼼짝 마"라고 말하고

자기가 나갈 때까지 함께 사우나를 하도록 했는데

그 때 사우나를 했던 직원 2명은 뜨거움을 견디면서 고생을 했다는 후문~ㅎ 

 

 

오래 전에 서울의 경찰청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어느 경찰 간부가 경찰청장이 사우나에서 나온 줄 모르고

드라이기를 이용하여 몸과 발가락 등을 말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경찰청장 왈,

 "드라이기는 머리를 말리는 것이지 꼬추를 말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다음 인사에서는 그 간부를 전출 보냈다는

믿거나 말거나 떠돌아 다니는 우스개 말도 있다.

 

 

경찰청에는 사우나 시설이 두개로 나누어 있다.

 

총경이상 지휘부와 경정이하 직원들이

서로 여러가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별도 시설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찰청 지휘부 어른들이 이용하는 사우나를 

전국 경찰관 중에 유일하게 제주도 촌놈인 내가 이용해 보았던 사연이 있다. 

 

 

내가 지방청에 근무하던 2005년 쯤으로 기억한다

어느날 오후 2시에 경찰청에 회의가 있어 출장을 갔는데

항공기 사정으로 너무 이른 점심시간에 경찰청에 도착하게 되었다.

 

갈곳도 없고 피곤하여 청사 지하에 있는 사우나를 찾아 갔는데

너무 깨끗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우나를 혼자서 즐기고 나왔다.

 

그런데 아뿔사!!

그 옆에 다른 사우나에는 사람들이 부글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가 지휘부용 사우나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았고

청소하는 아저씨가 자꾸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던 이유를 깨닫고 튀었던 적이 있다.

 

암튼 이 사실을 고백했다고 이제와서 인사발령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ㅎ

 

 

동네 목욕탕이나 어느 곳에나 기본 에티켙이 없는 사람들은 있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이 이용하는 경찰서 목욕탕에도 마찬가지이다.

 

옷을 벗어 옷장에 걸지 않고 팬티가 보이게 평상에 벌려 놓거나

신발을 텅빈 신발장에 넣지 않고 아무데나 벗는 경찰관이 있다. 

 

그리고 쓰던 비누나 수건을 정리할 줄도 모르고

마치 청소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찰관들도 있다. 

 

직장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켙도 없는 직업인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직급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에티켓을 더 잘지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들이 계장과 과장으로 승진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러한 현상은 자기 중심으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생활 양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찰서 목욕탕은 오늘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당직 사건과 주취자 난동과 교통사고 등 등

이렇게 여러 정보를 주고 받는 소통이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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