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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pol)스토리

기념식수 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4. 4. 13.

대부분의 경찰관서에는 매년 4월이 되면 식목행사가 있다.

 

예전 식목일이 공휴일일 때에는 조림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었으나

최근에는 약간의 묘목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는 식목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1995년도에 신축 이전한 서귀포경찰서에는

신축당시 조경공사비가 없어 기관단체장과 직원들이 기념식수로 조경을 하였다.

 

청사 중앙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제주경찰청장과 서장 및 경우회와 협력단체 등 경찰 관계자들이

우측으로는 도지사, 도의회의장, 시장, 군수 및 의회의장 등 기관장들이 기념식수를 하였다.

 

그리고 구 경찰서 청사에 있는 조경수를 이식하였고

경찰관들이 십시일반 나무들을 기증하여 청사 조경을 완료할 수 있었다.

 

 

기념식수한 조경수 중에는 담팥수 나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당시 신축 청사가 너무 멋이 없어 조경수로 황량함을 커버하다보니

자연히 사철 푸른 나무를 선호하게 되어 수종이 다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20년이 지난 지금은

청사 전체가 온통 나무들로 우거져 새소리가 들리는 경찰서가 되었다. 

 

 

기념식수 하게되면 예나 지금이나 돌판에 이름을 새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듯이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싶은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서귀포경찰서에는 기념식수를 한 돌명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청사신축 당시에는 15개의 기념식수 명판이 있었는데

그 후 20년동안 서장과 과장들이 기념식수를 하면서 돌명판이 많이 늘어났다.

 

 

기념식수 명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개발이 한창이었을 1980년대 이야기이다.

 

당시 중문단지내에 있는 제주관광공사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와 정치인들이 방문하여 기념식수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한가락하는 권력자들인지라

청사의 중심이 되는 좋은 자리에 좋은 나무를 심기를 원했던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관광공사 청사 정원의 한정된 공간에

당대 최고의 실세들이 방문하여 기념식수를 하게 되자.

기념식수 나무를 여러번 재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 되어 버린 당시 관광공사에는

어느 대통령과 3~4명의 국무총리와 여야당 총재 등이 기념식수를 하였는데

 

내가 본 바에 의하면 3m정도 되는 비자나무인 경우

주위를 흙을 파고 명판만 바꾸면서 높으신 분들이 기념식수를 재활용한 것이다.

 

 

당시 관광공사 정원 구석진 곳에는 

한물간 권력자의 기념식수 명판을 뽑아 던져버린 것이 많이 있었다. 

 

심지어는 직전 정부의 국무총리 기념식수 명판도 뽑아버릴 정도였으니

그 이하는 알만하지 않은가

 

지금은 그 정원이 주차장으로 되면서 기념식수 나무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기념식수를 하는 나무는 오래가는 나무로하는 것이 좋다고한다.

 

나무들도 수명이 있어서 50년도 안가는 나무가 있는 반면에

느티나무나 소나무와 같은 수백년을 사는 나무들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수령이 얼마 안되는 감귤나무나 감나무로 기념식수를 하기도 한다.

 

서귀포경찰서 청사 이전시 나도 기념식수를 하였다.

 

나는 당시 청사신축 이전의 주무인 경리계장으로

20년생 담팥수를 심었는데 이제는 울창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은 기념명판은 만들지 않아

얼마 없어 모두가 잊혀져 버릴 것이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나의 기념 식수 : 담팥수 높이 5m, 수령 40년, 위치 주차장 서측>

 

올 해도 경찰서에 식목행사를 하였다.

 

미리 구덩이를 파 놓았다가 나무에 흙을 덮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제 경찰서 청사에는 더 이상 나무를 심을 공간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매년마다 식목행사는 계속될 것이다.

 

청사 조경 전체의 조화를 고려하기보다 이름을 남기기 위하여

여기저기 틈새마다 나무를 심으면서 돌명판을 새겨넣을 것이다.

 

그러나 다 부질 없는 짓이다.

경찰을 비롯한 공직 조직은 현직이 아니면 아무도 생각해 주지 않는다.

어떤 기관장의 기념식수나 명판도 몇년 후에는 초라하게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나무를 심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오래 기억되기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기를 다짐 하면서

 

<왼쪽부터 여청과장, 나, 경교과장, 경무과장, 서장, 정보과장, 감사관, 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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