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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순례 기도의 밤(서귀포성당)

by 나그네 길 2014. 5. 31.

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한지도 한 달 반이 지났지만,

국민들이 경악과 슬픔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것 같다.

 

이에따라 서귀포성당에서는 5월 성모의 달을 보내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순례 기도의 밤' 행사를 마련하였다.  

 

 

5. 30(토) 저녁 7시~ 10시까지

서귀포시내 일원에서 실시된 순례 기도의 밤 행사는

 

서귀포성당 현요안 주임신부님이 기획하여

5월 한달 동안 기도와 함께 많은 준비 과정을 거친 행사였다.

 

 

이 행사는 5월 성모의 달을 기도와 함께 시작하면서,

먼저 성모님께 기도문을 봉헌하였다.

 

성당의 제단 뒤에  대형 성모님 상본을 걸어놓고

 주말에 8개 구역별로 기도문을 쓰고 바람개비로 만들어 봉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순례를 위한 '부활등'을 준비하였다.

 

노아의 방주에 모든 종류의 동물들을 태워 종족을 보존하였듯이

종이와 색지를 이용하여 각종 동물을 형상화하는 모형을 만들었다.

 

 

구역별로 신자들이 참여하여 각자 등을 만들도록 했는데,

동물모양의 종이 모형에 여러가지 색지를 아름답게 붙여 개성이 있는 등을 만들었다.

 

이렇게 행사에 사용할 등을 만들면서 신자들은 자신의 소원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따른 희생자들을 위하여 기도했다.

 

 

순례기도의 밤 행사는 서귀포초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신자들은 자기가 만든 동물모형의 등을 가지고 8개 구역별로 모였으며

가슴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을 달았다

 

6.4 지방선거 출마하는 후보자들도 여러분 참여하였다.

 

도의원에 출마하는 서귀포시 동홍동 위성곤 후보자와 천지동 김용범 후보자는

서귀포성당의 독실한 신자로 현역 도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요안 신부님은 행사의 총괄 지휘자이다.

어디에서 이런 기획을 하는지 힘들고 어려운 행사일수록 더 신나는것 같다.

 

아주 작은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챙겨준 덕분으로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처럼 어우러져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것이다.

 

그리고 수녀님이나 기획팀장과 같은 그늘에서만 움직이는 분들도 있어

모든 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저녁 7시 성모의밤 미사가 시작되었다.

 

십자가와 성모상에 꽃장식을 하고 사제가 입당하여

십자가와 성모상에 분향을 하면서 오늘 행사의 의미를 생각한다.

 

 

 

사제가 세월호 참사를 기리며 쓴 도종환 시인의 글을 낭독하였다.

 

<깊은 슬픔,  도종환>

 

슬픔은 구름처럼 하늘을 덮고 있다.

슬픔은 안개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일제히 뒤집는데

한줄기 해풍에 풀잎들이 차례차례 쓰러지듯

나도 수없이 쓰러진다.

 

 

분노가 아니면 일어나 앉을 수도 없다.

분노가 아니면 몸을 가눌 수도 없다.

기도가 아니면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다.

 

맹골도 앞 바닷물을 다 마셔서

새끼를 건질 수 있다면

엄마인 나는 저 거친 바다를 다 마시겠다.

 

눈물과 바다를 서로 바꾸어서

자식을 살릴 수 있다면

엄마인 나는 삼백 여순 날을 통곡하겠다.

 

 

살릴 수 있다면 살려낼 수 있다면

 

바다 속에 잠긴 열여덟 푸른 나이와

애비의 남은 날은 맞바꿀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썰물 드는 바다로 뛰어 들겠다.

 

살릴 수 있다면 살려낼 수 있다면

 

 

사월 십육일 이전과 사월 십육일 이후로

내 인생은 갈라졌다.

 

당신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다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동안 내 자식이 대면 했을 두려움

거센 조류가 되어 내 자식을 때렸을 공포를

생각하는 일이 내게는 고통이다.

 

 

 

침몰의 순간순간을 가득 채웠을

우리 자식들의 몸부림과 비명을 생각하는 일이

내게는 견딜 수 없는 형벌이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견딜 수 없다.

내 자식은 병풍도 앞 짙푸른 바다 속에서 죽었다.

그러나 내 자식을 죽인 게

바다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 참혹한 순간에도 비겁했던 진실을 외면했던

무능했던 계산이 많았던 자들을 생각하면

기도가 자꾸 끊어지곤 한다.

 

하느님 어떻게 용서해야 합니까 하고 묻다가

물음은 울음으로 바뀌곤 한다.

 

 

이제 혼자 슬퍼하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함께 울겠다.

 

파도가 다른 파도를 데리고 와

하얗게 부서지며 함께 울듯

함께 울고 함께 물결치겠다.

 

함께 슬퍼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걸어다닐 수 있으랴

그들 아니면 내가 누구에게 위로 받을 수 있으랴

 

 

정작 잘못한 게 없는 많은 이들이

미안해하며 울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눈물이 내 눈물이란 걸 안다

그들의 분노가 내 분노라는 걸 안다

그들의 참담함이 내 것인걸 안다.

 

우리가 침묵하면 앞으로 또 우리 자식들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노란 리본을 달고

또 단다는 것을 안다.

 

 

내 자식은 병풍도 앞 짙푸른 바다 속에서 죽었다.

오늘도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때린다.

 

오늘도 눈물은 바닷물처럼

출렁이며 나를 적신다. 한 줄기 바람에도

나는 나뭇잎처럼 흐느낀다.

 

 

사제는 성모님에게 화관을 씌워드렸다.

 

그리고 성모호칭기도를 바치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성모님의 전구를 기원하였다.

 

 

 

이제 우리의 소원을 담은 풍등을 날리는 차례다.

 

품등은 신자들이 소원이 하늘나라에 닿을 때까지

높이 올라가기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풍등을 날리면서 침울했던 분위기를 승화시키고 순례를 준비하게 된다.

 

 

 

순례 기도가 시작되어 200여명 신자들이 참여하였다.

 

순서는 현수막 ~ 십자가~ 성모님 ~ 복사단 ~ 성체(사제) ~ 성가대 ~ 주일학교 ~ 8개 구역 순이며,

 

코스는 서귀포초등학교 후문(성체강복) ~ 송산동사무소 ~ 서귀중 4가 ~ 동문로타리(성체강복)

남군농협 ~ 국민은행앞(성체강복)  ~ 초원4가 ~ 나포리호텔 3가 ~ 성당(성체 강복)까지 이어진다.

 

 

 

 

 

<사진 : 서귀포신문>

 

 

다리를 다친 어린이와 엄마,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밀어주는 휠체어로 순례를 함께 하면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오늘 순례 기도의 밤 행사에는

서귀포자치경찰대에서 교통관리 협조를 해 주셨다.

 

수고해 주신 경찰관들에게도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순례기도 때에 손에 들었던 등을 성당마당에 매달아 분위기를 돋구면서

모두가 지친 기색도 없이 성찬의 전례 미사로 이어졌다.

 

대제병을 담은 성광도 오늘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성당 마당에 줄을 메어 주렁주렁 등을 다는 것도 오늘 처음보았다.

 

이 모든 것은 성모의 달을 보내면서

성령님의 짝꿍이신 성모님을 통하여 우리들이 기도를 전구해주시도록 하는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하신 영령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그 가족 모두에게는 위로와 평화를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인간존중과 생명문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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