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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pol)스토리

경찰과 선거 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4. 6. 4.

2014년 6.4 지방선거가 평온하게 끝났다. 

 

후보자 모두에게는 최선을 다한 선거기간이었지만

선거에는 많은 표를 받은 단 한명의 당선자가 있을 뿐,

 

이제 우리는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낙선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낼 시간이다.

 

나는 투표일에 당직근무가 있어 사전투표를 하였는데,

내가 선택을 했던 안했던 도지사와 교육감 그리고 도의원 당선자는 나올 것이다.

 

비록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무슨 티만 잡히면 촛불을 들고 비난과 퇴진 운동에 악쓰지 말고  

임기 동안은 그 당선자에게 지방 정부의 운영을 맡겨 주어야한다.

 

 

선거기간 중에 가장 바쁜 공직자들은 경찰관일 것이다.

 

선거일 한 달 전부터 전국의 지방청과 경찰서에 

선거상황실과 선거사범특별단속팀을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파출소 112순찰과 선거일을 앞두고 특별검문검색까지 실시하였다.

 

 

선거사범 단속과 선거경비 역시 경찰의 임무이며,

모든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공명선거의 최일선에 경찰이 있어왔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날 자유당정권 시대에 부정선거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는데, 

이 후 경찰은 뼈를 깍는 반성있었고, 그 후부터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1980년대 5공 시절에 경찰에 입문하여 선거경비에 동원되었으며,

노태우,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정보 관련 부서에 근무를 해보았지만

여러번의 선거를 통하여 경찰이 어느 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던 적은 결코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정보계장 당시에는

여당 현직 국회의원을 지지하는 자들이 향응제공 현장을 적발하기도 하였다.  

 

80년대 소위 군사정부 시절에는 경찰에서 공식으로 정치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후보자 선거운동 일정과 각종 선거여론을 수집하여 우열을 비교하기도 했으며

선거일을 앞두고 마치 지금의 여론조사와 같이 당락을 예측하면서

"선거는 경찰 정보가 가장 정확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선거관련 여론조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됨에 따라

경찰정보이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선거 관련 정보수집도 사라져 버렸다. 

 

 

경찰이 선거 관련 경비근무는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80년대에는 선거기간에 연설회와 검문검색 경비로 매일 동원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국회의원 합동 연설회가 각 읍면별로 실시되었는데

후보자들은 너나 없이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였고

 

연설회가 끝나면 동원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식당과 유흥업소에는 '선거경기가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 경찰은 선거일이 되면 2박 2일간 동원되었다.

 

선거 전날 서귀포시 99개 투표구별로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운송하는데

1개 투표구별로 경찰관 2명이 M16 소총과 실탄으로 무장하고 배치되었다.

 

투표장은 대부분 마을사무소이므로

투표함과 투표용지는 마을 선거관리위원장 자택에 보관하게 되는데

경찰은 이 투표함을 보관한 방에서 밤새 투표용지를 지켜야 했다. 

 

그러면 동네 선거관리위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던지

화투를 치면서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다. 

 

 

선거는 새벽 6시에 시작되므로 일찍 투표장으로 가서 준비를 마치면

경찰은 하루 종일 투표소 주변에서 총을 들고 투표장 경비근무를 하게 된다.

 

그리고 투표장별로 간부들이 점검을 나오고

경찰정보에서는 시간별 투표율과 미담사례를 파악하기도 했다.

 

저녁 6시 선거종료와 동시에 투표함을 개표장까지 호송하였고,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장에서 개표가 완료되는 새벽까지 배치되어

2박 2일간 머리를 감을 틈도 없이 경비근무를 강행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도 이렇게 무식한 선거경비를 하지 않는다.

 

아마 통신과 교통의 발달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투표부정의 시비가 사라졌으며 

TV 개표장 중계 등 선거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경찰경비도 그만큼 현대화되었다.

 

지금은 경찰의 선거경비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기동성에 두고 있다.

 

투표장에 경비경찰을 배치하지 않았으나,

비상시 모든 투표장을 5분 이내에 순찰차와 형사기동대가 도착할 수 있으며,

투표용지 운송 시간에만 권총으로 무장한 경비경찰이 함께 하고 있다.

 

투표용지는 투표전날 각 읍면동사무소에서 책임보관하였다가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일 새벽에 투표장별로 수령하게 된다. 

 

그리고 개표장에는 경찰 현장지휘소와 경비경력을 비상 대비하는 등

선거일에도 선택적으로 경찰이 동원되어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 6.4지방선거는 아주 조용한 선거였던것 같다.

 

선거를 앞둔 4월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각 정당의 선거일정에 변화를 주었고

후보자들도 로고송과 율동이 없는 최대한 조용한 선거를 지향하였다.

 

그래서 세 과시를 위한 지지자 동원도 거이 없었으며

수시로 울려퍼지는 선거방송 차량도 잘 볼 수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선거풍토가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1956년 제3대 대통령선거 개표장>

 

이번에는 선거운동 관련 신고도 다른 선거에 비하여 적었던것 같다.

 

기껏해야 현수막 훼손이나 향응제공 의심 신고 등 몇 건 있었으며

오히려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방송이 시끄럽다는 민원신고가 많았던것 같다. 

 

선거운동은 위한 차량 선전방송에는 법적 제한이 없다.

단지 밤 11시 이후 심야시간에만 못하게 할 뿐인데,

차량선전이 시끄러울 경우 안찍어 주는 가장 확실한 제재가 있기 때문이다.

 

 

개표장에는 경비경찰도 들어갈 수가 없다.

오로지 개표종사자와 각 후보자별 개표참관인만이 개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 개표장 TV 중계가 없을 때에는

지지자들이 개표장 관람을 위하여 몰려 들기도 했는데,

 

대부분 체육관 2층 관람석에서 개표상황을 전달해 주었으나,

이제는 선거방송이 있어 개표장 관람은 관계자들외에는 썰렁한 분위기이다.

 

<선거공모사진 수상작, 선거개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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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 선거는 평소 여론조사와 변함없이 이변은 없었다.

 

학력고사 전국수석과 서울법대 및 민주화 운동과 사법고시로 이어진

제주도가 낳은 전설적인 인물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었으며, 

 

  

 

제주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평소 여론조사와 같이 젊고 유능한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 이석문 후보가 당선되어,

 

제주도교육계의 혁신을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지지 여부를 떠나 당선자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하며,

 

당선자는 겸손한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공언한 공약을 이행해 나가야할 것이다.

 

<제주YWCA 어린이집 퍼포먼스>

 

6.4지방선거 경비를 마무리 하면서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아쉬움을 남긴 후보자와 그 가족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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