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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pol)스토리

현충일 조총수를 바로 잡는데 30년 걸렸다.

by 나그네 길 2014. 6. 11.

현충일 추념식에서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과 함께 21발의 조총(弔銃)을 쏘아야 한다.

 

조총을 쏘는데는 조총수 21명이 한 발씩 순서대로 쏘거나

조총수 7명이 3발씩 3번 또는 3명의 조총수가 각각 일곱발을 발사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조총을 쏘는 조총수들은

제대로된 예복을 입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조총을 발사하면서

현충일에 맞는 엄숙한 예식으로 영령들을 추념해야 한다.

 

이러한 조총은 예포의 규칙에 따라

전 세계 공통으로 국가원수나 전사자들은 21발을,

총리급 19발 등 장관 및 군장성들은 순서에 따라 홀수로 예포를 발사하도록 되어 있다.

 

 

서귀포시에는 시와 5개 읍,면별로 6개의 충혼묘지가 있는데

현충일이 되면 이 충혼묘지 모두에서 동시에 추념식이 거행하고 있으며,

 

지역별 현충일 추념식 행사는 유가족과 기관단체장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읍 면 충혼묘지 현충일 추념식에서

너무나 어색하고 예의에 맞지 않아도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추념식 조총수를 담당토록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색하고 이상하냐고?

 

아래 사진은 몇 년전 남원읍 충혼묘지에서 파출소 경찰관이 조총을 쏘았는데

일반 근무복을 입고 조총도 엉거주춤하게 발사하는 모습이다.

(오른 쪽 경찰은 공포탄이 안나가는것 같기도 하다) 

 

 

파출소 경찰관 조총수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우선 경찰은 권총을 휴대하기에 소총은 개인 화기가 아니며

M16소총과 공포탄을 경찰서에서 가져와서

몇년 만에 쏘아보는 조총을 잘 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파출소 근무자는 일시점에 3~4명 뿐이므로

야간 근무를 했던 경찰관들이 조총수를 담당해야 하며

밤 샘 졸린 눈과 함께 아무래도 용모 복장이 엉성할 수 밖에 없다.

 

또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40대가 대부분으로

추념식 행사장에서 절도 있는 조총수를 담당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지났다.  

 

 

나는 30년전 순경으로 서귀포경찰서에서 근무 당시에

키가 크다는 이유로 서귀포시 충혼묘지에서 조총수를 몇 번 했었다. 

 

당시에 그나마 젊은 시기였지만

일반 경찰이 조총수를 담당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연한 기회에 서귀포시청 총무과 행사 담당자에게 건의하여

인근 해병부대에 조총을 의뢰한바 현재까지 해병들이 조총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그 후, 해병 조총수들의 멋있는 복장과 절도 있는 동작을 보면서

참 잘 되었다는 생각에 흐믓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30년도 더 지난 2012년, 남원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남원읍사무소에서 현충일 조총수를 협조해 달라는 공문이 왔는데

아직까지도 읍,면 추념식 행사 조총수를 파출소 경찰관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놀랐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서의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음에 또 놀랐다.

 

 그 날, 현충일 추념식에는 파출소 야근자 48세된 경찰관 등 3명을 조총수로 보냈다.

 

 

제주도에는 해병대 제주방어사령부가 있으며

지역 여기 저기에 중대급 부대들이 산재하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경찰에도 의무경찰로 구성된 해안경비단이

제주도내 모든 읍,면 지역에 부대들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는데

 

이 젊고 멋있는 군인들에게 조총수를 의뢰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가?

 

 

공무원들에게는 선례 답습이라는 습성이 있다.

 

특히 행사 의전인 경우 예전대로 하면 최소한 욕은 안먹을 수 있기에

각종 계획을 수립할 경우 지난해 했던 것을 참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읍,면에서 현충일 계획을 수립할 때는

아마도 연도만 바꾸고 지난 해 계획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경찰이 쏘는 조총이 불합리해도 바꿀 줄을 모르며

경찰 역시 불평불만 하면서도 내년에는 다른 직원이 할꺼라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경찰서의 상급자들은 아무도 신경조차 써주지 않았다.

당시 남원읍 관계자에게 다음에는 군부대에 조총을 의뢰하라고 했지만,

지난해 역시 각 읍, 면 충혼묘지에서는 파출소 경찰관이 조총을 쏘았다고 한다. 

 

 

지난 5월초, 경찰서 일일회의에서 경찰서장에게 건의하였다.

 

"밤샘 근무하는 파출소 경찰관보다 군부대에서 조총을 담당하는게 맞다."고

이 건의에 모두 공감하여 사전에 행정기관에 알려 주도록 하였다.

 

이렇게하여 올 해 각 읍,면의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경비단의 멋있는 군인들이 예복을 갖추고 조총을 쏘게 되었다.

 

 

현충일 추념식의 조총수를 제대로 바꾸는데 무려 30년이 걸렸다.

 

그 당시 서귀포시 총무과 담당자와 의논하지 않았다면

서귀포시 추념식도 지금까지 경찰관들이 조총수를 담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올 해부터는 호국영령들은 제대로 된 조총의 예우를 받고 있으며

유가족들 역시 더 흐믓해 할 것이다. 

 

 

 

<아래는 이 포스팅 3년후 제주의 소리 기사이다.>

 

총포 없어진 제주 현충일 추념식, 왜?

제주의 소이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2016년 06월 03일 금요일 17:39   0면

[기사 수정=3일 18:30] 6일 오전 10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12개 읍면지역 충혼묘지에서는 일제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제60회 현충일 추념식이 개최된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부터 추념식에서 조총발사 의식을 거행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충일 추념식은 제주시 동지역, 서귀포시 동지역 두 곳과 12개 읍면지역 등 총 14군데에서 치러진다. 이중 제주시 동지역과 제주시 동부 읍면지역, 서귀포시 동지역과 서귀포시 읍면지역은 제주 해병대 9여단의 지원으로 조총발사가 이뤄진다.  

그런데 제주시 서부 읍면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올해 현충일부터 제주시 서부 읍면지역 3곳의 추념식 총포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제주시 서부지역(한림읍, 애월읍, 한경면)의 경우 올해 조총발사 의식을 만나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제주시 서부지역 읍면은 조총발사를 제외하고 추념식을 치른다는 방침이다. 단, 추자면은 기존대로 지역에 위치한 해군부대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소속 경찰관들의 녹록지 않은 근무환경을 지원 중단 이유로 든다.

제주서부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읍면지역 현충일 추념식에는 비번 직원이 동원됐다”며 “야간근무를 하고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오전에 가서 몇 시간을 행사장에서 보내야 한다. 예행연습도 해야하는 만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제주동부경찰서는 올해도 이전에 해왔던 대로 총포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구좌읍과 조천읍, 추자면, 우도면에 각각 3명씩 총 12명이 M16을 들고 각 지역 충혼묘지를 찾는다.

 

이 같은 논란(?)은 작년 서귀포시 지역에서 이미 벌어졌다.

서귀포경찰서에서 작년부터 읍면동 지역 총포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하자, 재빨리 서귀포 동지역 추념식과 마찬가지로 군부대의 지원을 받기로 조율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서 서부 읍면지역의 경우 조율이 시원찮았다. 

제주서부서 관계자는 “이미 작년에 더 이상 총포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읍·면사무소에 의견을 전달했다. 서귀포시 지역도 지원을 하지 않은 지 3년이나 된 것으로 안다”며 “타 지역의 경우 경찰에서 나서 직접 조총 발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괄적으로 군부대에 요청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지 않냐”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일선 파출소에 경찰관이 많지 않은데 인원 동원을 해야되는 부분에 있어서 부담이 있는 것을 공감한다”면서도 “읍면지역 추념식에는 해당 지역 경찰서장도 초청돼서 내빈으로 참석하고, 충혼묘지에는 군경들도 묻혀있는데, 일선 직원들의 부담을 이유로 총포 지원을 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서부 읍면지역 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이번 추념식에 조총을 발사하지 못한다고 하자 충혼묘지를 찾을 유족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추념식에서 조총발사를 하는게 의례적인 일인 만큼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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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현충일을 보내면서

호국영령들과 전몰 경찰관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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