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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한라산둘레길(돌오름길) 파괴 현장

by 나그네 길 2014. 8. 26.

우리는 가끔씩 하지 않아도 되는 공사현장을 종종 볼 수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것이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들어냈다가 다시 깔아주는 공사인데.

아마도 남는 예산을 모아서 가장 쉬운 보도블럭 공사를 하고 있는것 같다.

 

지난 주말 한라산 돌오름 둘레길을 걷다 깜짝 놀랐다.

천연림이 우거진 숲속에 있는 냇가(건천)의 아기자기한 이끼낀 돌과 나무들을

포크레인으로 마구 밀어내며 길을 만들어 버리는 공사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왜 이런 공사를 할까???

 

공사현장에 있는 안내판을 찾아 보았는데,

보통의 우리나라 사람은 도저히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글,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단어들로 공사내용이 가득하게 적혀 있었다.

 

"공사명 : 2014 야계사방사업"

"계류보전사업시설 지역으로 전형적인 산복 계류로 곡선부로 인한 계상 및 계안 침식을 방지하고자"

 

위 글을 읽고 무슨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나는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기에 그냥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여러 자료를 찾으며 내용을 유추해보니

비가 많이 오게 되면 한라산 계곡에 물이 흘러 내천이 되는데,

 

이 계곡이 구브러져 있으므로 물이 넘치거나 냇가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곡의 바닥을 밀어내어 돌로 주변을 막고 물길을 만드는 공사인것 같았다.

 

<토지이용 용어사전, 2011.1, 국토교통부>

야계사방사업 : 산지의 계곡, 산지에 접속된 시내 또는 하천에 대하여 시행하는 사방사업

- 계류보전사업 : 계류의 유속을 줄이고 침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방사업

 

 

제주도 한라산은 화산암과 잡목들이 우거진 곶자왈 지역으로

배수가 좋아 산사태가 거이 일어나지 않하는 숲 지역이며,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계곡들은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냇물이 흐르기도 하는데

계곡에 물이 흐르는 날이 1년에 대략 10일 전후일게다.

 

그런데 우리는 오랜 세월을 제주에 살아오면서

한라산의 이런 계곡에 물이 넘쳐 무슨 피해를 입었다거나

또는 계곡 침식이 일어나 어디가 무너졌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빗물이 모였다가 자연적으로 스며들고

화산석 돌과 물 웅덩이와 이름모를 풀들이 아기자기한 이처럼 아름다운 계곡을  

 

아래 사진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라산  돌오름 둘레길 입구에 있는 이 자그마한 계곡에 언제 물이 넘쳤는가?

그리고 여기에 물이 넘쳐 무슨 피해가 있었다는 말인지

 

한라산에 1일 500mm이상 비가 내리면 모든 계곡에 물이 넘치는데 

그렇다면 차후엔 영실 계곡도 이런 야계사방사업으로 밀어 내야한다는말인지.

 

한라산 계곡에 1년에 10여회 물이 넘치면 안되는 이유가 단 한가지라도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 공사는 아마도 산림청 예산으로 시행되어 산림조합에서 공사를 하는것 같다.

 

산림청은 육지부에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사방사업과 

산사태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계류사업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공사는 한라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자연파괴적인 사업인것 같으며,

이러한 이상한 계류장 공사는 붉은오름 휴양림 산책로에서도 보았던 적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하천 정비사업을 제주도내 일부 하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돌과 나무 그리고 숲으로 빗물이 흐름을 자연스럽게 조절하고 있던 하천들이

하상정비를하고 난 후에는 냇물이 흙탕물 그대로 바다에 흘러들어

바다의 오염은 물론 양식장까지 망치는 경우를 보았다.

 

한라산의 계곡을 이렇게 깨끗하게 밀어버리면

하천의 유속이 빨라져서 또 다른 자연파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래 사진은 이 공사현장에 붙여 놓은 자연 파괴 현장 사진이다.

 

시공자들은 이렇게 자랑스럽게 비교 사진을 붙여 놓았을지 모르겠지만,

작업전의 위쪽 사진이 작업후 아래쪽처럼 변해버린것은 분명 자연훼손이다. 

 

 

우리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계곡에

얼마나 많은 이러한 자연 파괴적인 공사를 했는지 모른다.

 

단순히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자연에 거슬리는 불필요한 공사로

시공업자들이 얼마나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래처럼 자연적이며 아름다운 돌오름 둘레길을 걷고 싶어했지

위 사진처럼 돌에 시멘트가 덕지덕지 묻은 냇가를 바라보면서 걷고 싶지는 않다.

 

 

내가 살아가는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재산이다.

 

그러나 이 자연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것이 아니라

이 자연을 잘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호하고 보존하는것이 최선이 방법이며

사람이 자연을 만들수는 없다.

 

<2개월 후, 완벽하게 파괴되버렸다. 위 사진 북쪽, 아래 사진은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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