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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비밀교우촌 배티성지

by 나그네 길 2014. 9. 2.

우리나라는 첫째만 너무 좋아한다.

 

스포츠 금메달이나 학교 수석 그리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첫째는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하고 기억하게 된다.

 

모든 것을 아우러야하는 보편적인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도

첫째가 아니어서 여러모로 소홀하게 생각하였던 장소가 바로 배티성지이다.   

 

 

배티성지는 우리나라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선교활동을 하였던 사목 중심지이며

 

배티(梨峙)는 신유박해(1801)로부터 병인박해(1866)까지 이어지는

천주교 박해시대 때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골짜기로,

교우촌(비밀신앙공동체)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교우촌이 15곳에 이르렀던 곳이다.

 

배티란 배나무가 많은 고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렇게 배티성지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발전에 중요한 장소임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솔뫼성지보다 덜 알려져있다.

 

뿐만아이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순교로 성인품에 올랐으나

최양업 토마스신부는 아직 복자품에도 오르지 못했으니 아쉬운일이다. 

 

배티성지는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면 양백리에 있는데,

충북 제천군 봉양면에 있는 배론성지와 여러모로 닮은 성지여서 신자들도 많이 헷갈리고 있다.

 

배론성지 역시 충북에 있는 배자 돌림성지이며

 1861년에 선종하신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님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시는데

제주교구 순례단으로 참석하게된 우리는 먼저 배티성지를 순레하게 되었다.

 

 

배티성지에는 최양업 신부의 이야기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한국 천주교회는 최양업 신부(1821~1861)

역사상 최초로 순교자가 아닌 증거자로서 시복시성을 추진 중이다.

 

증거자란 일상의 높은 덕행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한 이를 말하는데 

최 신부는 박해 시기에 체포를 면하기 위하여 숨어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과로 끝에 길위에서 돌아가셨으며,

 

 그래서 최양업 신부를 피 흘려 죽은 피의 순교자와 비교해서 땀의 순교자로 불리기도 한다.

 

 

19769월 성지로 개발된 배티성지에는

최양업 신부 탄생 175주년 기념성당과 성당에서 야외제대까지 연결된 청동으로 만든 십자가의 길,

 

 야외제대 및 성모상, 최초의 조선교구 신학교와 최양업 신부의 성당 및 사제관으로 사용되던 초가집을 재현한 건물,

양업영성관 및 수련관, 무명순교자 6인 묘역 및 14인 묘역, 최양업 신부 동상 등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웅렬 신부님이 성지관리 신부로 부임하여

 

최양업 신부 대성당과 최양업 박물관이 신축되어 순례자들이 미사에 대한 편의와 함께

방문기념 성물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성지가 잘 정비되어 있다.

 

 

비가 부슬부슬내리는 가운데 제주교구 순례단 300여명은

배티성지 김웅렬 신부의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었다.

 

 

강론을 잘 하시기로 유명한 김웅렬신부님의 긴 시간 강론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 배티성지에는 제주교구와도 인연이 있는데,

제주교구의 최초의 신자이며 순교자로써

이번 교황님 방한에 시복되신 복자 김기량  펠릭스베드로가

홍콩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길에 이 배티성지에 들려 최양업 신부님을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미사가 끝나고 기념촬영 시간이 길어져 버스 출발시간이 늦어지기도 하였으며

어쩌다 미사봉사 해설을 하게된 나의 모습을 누군가 찍어서 보내주었다.

 

 

배티성지는 우리나라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가 선교활동을 하였던 교우촌이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 시복식에서 증거자 최양업 신부는 시복이 되지 못하였다.

아직도 심사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이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 영정>

천주교에서 성인이나 복자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 기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적심사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목숨을 바친 순교자는 기적심사가 면제되므로

선교활동으로 백색순교를 하신 최양업 토마스신부의 기적심사를 면제해 주도록 청원한다는 말도 있다.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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