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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신부와 식복사 이야기(연극 '밥')

by 나그네 길 2014. 9. 15.

어제 주일 오후,

오랜만에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연극 한편을 관람했다.

 

천주교 신부와 식복사 사이에 밥에 얽혀 일어나는 순수한 사랑이야기

김나영 작, 제주극단 세이레의 연극 '밥'이었다.

 

 

 

연극 제목으로는 약간 특이한 '밥'은

천주교 신자들이 아니면 잘 이해할 수 없는 사제와 식복사의 관계를 다룬 연극이었다.

 

그렇다면 성당에서 '식복사'란 누구인가?

 

먼저 '복사'는 미사중에 사제의 예식집전을 보조해 주는 평신도인데,

이 '복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식복사'는

성당에서 신부에게 식사를 준비해 주는 여성을 말한다. 

 

 

천주교 신부는

사제 서품때 독신 순명서약을 하였으므로 평생을 혼자 살아 가야한다.

 

이에따라 식사를 준비하고 사제관 정리등을 담당하기 위하여 

전통적으로 독실한 신심을 가진 여성 자매님을 '식복사'로 채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식복사에게는 각 본당에서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예전에는 신부들이 인사발령을 받으면 식복사도 함께 사제를 따라 본당을 옮겼으며,

식복사들은  본당의 사제관에서 숙식을 하면서 살기도 했었는데

 

신앙심이 깊지 않은 일부 신자들 사이에서는 

사제관에서 숙식을 하는 식복사에 대하여 뒷말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와 같은 폐단으로 최근에는 사제관에서 생활하는 식복사는 거이 없어졌으며

식복사는 출,퇴근을 하면서 신부의 식사를 보조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공연된 연극 '밥'은

치매 걸린 성직자 신부와 밥밖에 모르는 식 복사 사이에 일어나는 삶의 이야기다. 

 

이 연극에서는 신부와 식복사가 30여년을 함께 생활해오면서

남녀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그리고 있다.

 

 

은퇴한 신부가 치매에 걸리자 교구청에서는 수도원에 들어가도록 했는데, 

식복사가 자전거를 개조하여 신부를 태우고 수도원으로 여행을 시작하면서

사제가 먹고 싶어하는 밥을 해먹이며 한없는 헌신을 한다. 

 

치매에 걸린 사제는

식복사에게 다른 인생을 찾아주지 못한 후회를 하면서도

남녀 관계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심금을 울려 주었다. 

 

 

연극 '밥'의 김나영 작가는

 "30년 동안 사제의 밥을 해온 식복사가 치매에 걸린 사제를 수도원으로 보내기 위해

둘만의 밥상을 차리며 길을 떠나는 여정을 긴 호흡으로 그린 연극"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가톨릭신자들이 다루기 어려워하는 문제,

신부와 식복사가 사제관에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선정적이 아닌 차분한 감정으로 잘 다루어 주었다.

 

 

이 연극 '밥' 공연으로 인하여 

중세시대부터 전통적으로 독신을 이어오는 가톨릭 사제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럽과 남미의 개혁적인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가톨릭사제들이 언제까지 독신을 고수해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문제들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가톨릭신자들은

사제와 수도자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은 

그 분들이 독신으로 하느님께 대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대들은 마음을 주 그리스도께 봉헌한다는 증거로

천국을 위하고 하느님과 사람에게 봉사하고자 이 독신을 종신도록 지키겠습니까?"

 

 "예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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