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정년을 앞두게 되면 마음이 복잡해 진다.
국가에서 주는 급여를 받으며 30여년을 정신없이 지내온 세월이었는데,
이제 퇴직일이 올 해 연말로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지나온 세월과 특별한 노후 일거리가 없는 것에 아쉬워하기도 한다.
<내 경찰 뱃지 흉장 : 번호 82-1124>
그래도 퇴직 공무원에게는 매달 연금이 주어지기에
다른 직종의 사람들보다는 노후에 걱정이 덜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매일 출,퇴근하던 직장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할일이 없을 경우에는 자신의 삶이 점점 위축되어 갈것이라는데 더 많은 걱정을 하게된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정년을 맞이하기 위하여
여러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의 계획과 고민을 해 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한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내가 머물고 있는 현직 경찰공무원과 비교해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정년을 5개월여 앞둔 지난 8월부터 공로연수 과정을 신청하였고
연말까지 5개월여간 급여만 받아 먹는 반쪽 공무원 생활로 접어들었다.
일부 직원들은 공로연수 신청을 하지 말도록 만류하였지만
한 달에 각종 수당 등 100여만원 상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매일 출근하여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내 신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일단은 몸과 마음을 추수리는 기회를 갖기로 마음먹고
가을에는 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 여정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도로 숲해설사 과정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고육원 공로연수과정 교육중에
꿈같은 이야기가 나에게 찾아왔다.
경찰공제회에서 운영하는 '폴에이리조트'에서
퇴직경찰관 1명을 특별 채용한다는 공고에 응모하여 당당히 합격하게 되었던것이다.
경찰공제회는 현직경찰관 10만명을 회원으로 하고
경찰관들이 매달 납입하는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목적 재단인데
자산이 수조원이나 되며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와 함께 국내 3대 공제회로 알려져 있다.
이 경찰공제회에서 회원복지 향상을 위하여
서귀포에 소재한 '폴에이리조트'를 인수하여 영업을 개시하게 된것이다.
객실 131실의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리조트이지만
제주를 여행하는 경찰관들은 물론 일반 여행객들이 투숙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시설이었다.
새로운 신분의 변동을 위해 정년을 3개월여 앞두고 퇴직을 하였고
경찰공제회 (주)폴에이리조트에 재 취업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경찰과 4촌 정도되는 주식회사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사법권을 가진 국가직 경찰공무원이라는 신분은 사라져 버렸으며
이제는 한 기업체의 직원이 되어버렸다.
퇴직을 하게 되면
내가 33년동안 지니고 있었던 경찰관 신분증과 흉장이라고 부르는 경찰뱃지를 반납해야한다.
이는 경찰의 공무수행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신분을 증명하는 증표였기에
이를 반납하는 순간에 사법경찰관으로서의 모든 법적인 권리와 의무가 없어지게된다.
동료경찰관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재취업을 했다는 사실에 묻어버리면서 퇴임식을 하지 않았다.
다시 취업을 했는데 퇴임식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 저기에서 퇴임식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말도 있었지만
가장 간소하게 그리고 어쩌지 못할 곳의 초대에만 응하기로 하면서
몇 개의 기념패를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기념패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때가되면 주면서 체면치례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기에
그 들의 아쉬운 마음과 진솔한 기도를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받고 싶은 것이 하나있었다.
공무원은 33년 이상을 정상적으로 근무했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훈장이 있다.
이 훈장은 재직중에 징계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받지 못하는 훈장이기에
퇴직 공무원에게는 가장 영예스러운 것이다.
경찰공무원 훈장심사위원회에서 훈장 수여자로 추천을 받았기에
이제 연말이되면 공무원으로서의 마지막 영예인
옥조근정훈장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아도 지나온 경찰관 생활은 자랑스럽다.
경찰은
나에게 직장을 주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퇴임 후의 새로운 삶과도 연결해 주었다.
이제 경찰 33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 모든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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