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평신도 주일이 되면 평신도 역할에 대한 중요성 강조와 함께
본당별로 총회장 등 새로운 사목임원을 구성하여 새해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본당의 평신도를 대표하는 사목회 총회장을 선출하기가 무척 힘들다.
왜냐하면 시간과 열정으로 직무를 수행해야하는 까닭에
임기 2년의 봉사직을 누가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일이 일어났다.
서귀포성당에서 봉사직 직책을 갖고 있는 신자들 50여명이 모여 총회장 선출 투표를 하였는데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사람이 총회장으로 선출되었던 것이다.
그 날 그 현장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내가 뽑혔음에 너무 황당하였고
그 후로 깊은 번민에 헤메야 했다.
이틀 동안 다른 성당 구역으로 전출을 가거나 냉담을 해야하는 고민에 헤메다가
내가 져야할 십자가라면 기쁘게 지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평신도 주일에 총회장을 수락하는 인사말을 하였다.
"찬미예수님!
나에게 요 며칠 동안은 맨붕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본당 신자로서의 변변한 봉사활동을 다 하지 못하였던 저가
어떻게 하여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는 심정이입니다."
"그러고 보면 주님께서는 참으로 오묘한 방법으로 나를 불러 주셨으며,
나 또한 두려움과 고민 속에서 망설이다가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주님의 은총이라 감사를 드리면서
기쁘게 응답하였습니다."
"이제 주임 신부님의 사목방침을 열심히 보좌하면서
수녀님과 그리고 우리 본당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와 함께
어렵고 힘들겠지만 보람 있는 순례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오니,
여러분 기도 중에 저를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탈출기의 말씀입니다(4,10~12)
10 모세가 주님께 아뢰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러하였고, 주님께서 이 종에게 말씀하시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는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
11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사람에게 입을 주었느냐?
누가 사람을 말 못하게 하고 귀먹게 하며, 보게도 하고 눈멀게도 하느냐?
나 주님이 아니냐?
12 "그러니 이제 가거라.
네가 말할 때 내가 너를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
그로부터 1주일~
사목회 임원구성, 임명장 수여,
컨벤션 델리지아에서 사목회 임명자 합동 오찬, 평신도 주일 주교님과의 만찬,
그리고 이시돌회관에서 2박3일간 제주교구 사제 수도자 및 평신도 사목연수 등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현요안 주임신부, 박 루도비꼬 원장수녀님과 함께>
세상에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나에게 퇴직과 함께 다시 일자리를 주었고
나의 가족 모두에게 건강과 함께 알맞는 일들을 주셨다.
이 모든 것이 이렇게 나를 다시 쓰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을 깨닫고
기쁘게 이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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