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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순교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시복 감사 현양대회

by 나그네 길 2014. 12. 5.

 

제주에 천주교의 전례사를 보면

'배'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제주가 섬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유난히 배와 관련이 많은 것은 신비한 일이다.

 

그래서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지난 11. 30일 한라체육관에서 개최한

'순교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시복 감사 현양대회' 중심에는 '배'가 있었다.

 

 

1801년 11월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 마리아는

신유박해 때 배를 타고 제주에 유배와서 제주 최초의 천주교 전례자가 되었다.

 

1845년 9월 성 김대건 신부는 상해에서 세례를 받은 후 배를 타고 귀국하다가

차귀도에 표착하여 제주에서 최초의 미사가 있었다. 

 

1857년 2월 함덕 사람 김기량은 배를 타고 무역을 나갔다가 풍랑으로 표류하던 중

영국상선에 구조되어 홍콩에서 세례를 받은 제주 최초의 신자이며 순교자로 복자품에 올랐다.

  

 

천주교제주교구에서는

지난 9월부터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의 시복 감사 현양대회'를 준비하여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귀포성당 주임 현요안 신부가 있었다.

 

 

강우일 주교님과 사제, 수도자, 신자 등 5000여명이 참가하는 현양대회를 기획하

행사에 사용할 각종 소품들은 서귀포성당에서 준비하였다.

 

며칠동안 배와 물고기를 만들고 운반용 대형십자가와 무대 장치까지 준비하였으며

본당 신자들로 퍼포먼스팀까지 구성하였다.

 

 

물고기는 '익투스'

즉 그리스어 '하느님의 아들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앞글자만 쓰면 물고기가 되기에

예부터 그리스도 신자들의 상징으로 사용해 왔다.

 

 

목재로 만든 배는 

차로 한라산을 넘어 행사장인 한라체육관까지 운반하였는데

아슬아슬하며게 조심스러이 옮겼다. 

 

그리고 행사 전날 서귀포성당 신자들은 한라체육관에서

무대장치를 준비와 퍼포먼스 연습으로 밤을 보내다시피 하였다. 

 

 

멋 모르는 본당의 아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하다.

 

 

행사 당일 아침에

한라체육관에는 비가 부슬거리다 그쳤는데,

 

감귤따러 가지 못한 농촌지역 신자들이 행사에 많이 참석할것 같다고 했다.

 

 

아침부터 현요안 신부의 지휘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교구내 27개 본당 총회장들은 만장을 들고

교구단위 단체장 27명은 물고기 모형가지고 함께 입당하게 된다.

 

 

입당할 때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가 타고 들어온 배는 

제단으로 올려져 제대로 사용하고 십자가도 제단에 올려진다.

 

 

교구청 수녀님들도 제대를 꾸미고

성합과 제병을 준비하느라 모두가 바쁘기만 하다.

 

 

만장 27개는 본당별로 만들었는데

각 각 다른 말씀들이 적혀있어 그 뜻을 헤아리는 재미도 쏠솔하다.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안내 봉사를 담당하는 여성연합회 자매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한라체육관에는 연합성가대 300명이 성가연습과 출연자들이 서로 준비하랴

전체 리허설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

 

 

중문성당 사물놀이팀이 등장한다.

 

언제나 큰 행사에는 자진하여 출연해주고 있는 봉사단은

어른 아이 구분없이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풍물 실력은 이미 제주교구내에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 

 

 

행사 시작 1시간 전,

교구 27개 본당 복사단 300여명이 등장하면서 행사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복사단에는 기본적으로 어머니와 교사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자연 시끌벅적해지기 때문이다. 

 

 

한라체육관에는 본당별로 신자들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서귀포성당 신자들은 정면 1층에 좋은 좌석을 배정 받아

흐믓한 표정으로 본당 현요안 주임신부의 최종 리허설을 응원하였다.

 

 

묵주기도와 식전 공연으로 이어지는 준비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제주교구연합성가대에서 '순교자 찬가'와 함께 입당이 시작되었다.

 

"장하다 순교자 주님의 용사여

높으신 영광에 불타는 넋이여

칼 아래 스러져 백골은 없어도

푸르른 그 충절 찬란히 살았네

 

무궁화 머리마다 영롱한 순교자여

승리에 빛난 보람 우리게 주옵소서" 

 

 

순교자 김기량 시복 감사 현양대회는 바로 축제의 장이었다. 

 

모두가 환호하면서 성가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율동을 하면서

이 감사미사에 참례하였다.

 

 

한라체육관을 가득 채운 신자들이 형형색색의 순례길 손수건을 흔들면서

사람낚는 어부들 뱃노래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함께 부른다.

 

입장 행열 순서는 

대형십자가 - 김기량 펠릭스가 탄 배 - 만장과 물고기 인형을 든 교구 임원 및 본당 회장단

그리고 각 본당 복사단 - 교구 사제단이 뒤를 이어 입당한다.

 

 

이 배는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가 타고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했던 배의 모형이다.

 

김기량은 바다에서 30일 이상을 표류 중 영국상선에 구조되어 홍콩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제주의 첫 신자인 그는 고향에서 천주교의 씨를 뿌리다가

 

1866년 병인박해 때에 체포되어 배교를 거부하고 장열하게 순교하였으며

이제 복자의 품에 오르게 되었다.

 

이렇게 복자 김기량은 이 배를 타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았던 것이다. 

 

 

장엄한 입당 행렬의 마지막으로 강우일 주교님과

자매교구인 일본 교토교구장 오츠카 요나시오주교님이 함께 입당한다. 

 

 자리에는 복자 김기량 후손 16명을 비롯하여

원희룡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 교육감, 구성지 제주도의회의장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 모인 5000여명의 신자들은

손에 손에는 손수건을 얼굴과 얼굴에는 가득한 웃음을

그리고 입으로는 성가를 부르며 환호를 지른다.

 

이렇게 모진 고문 속에서 죽어간 복자 김기량의 순교 정신은

오늘 우리 교구민 모두의 마음에 성령의 불이 타오르게 하면서 

축제의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복자 김기량이 타고 입당했던 이 배는

제단에 올려져 거룩한 성체성사를 모시는 제대로 꾸며 졌다.

 

이 배는 풍랑을 이기고 이제 세상에 나와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와 한 몸을 이루게 된 것이다. 

 

 

복음말씀이 새겨져 있는 성경을 높이들고 봉헌된다.

 

성가대에서 잔잔한 어메이징 그래이스(Amazing Grace)가 흐르다가

 국악 사물놀이와 퍼포먼스가 펼쳐지면서 거센 파도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국악 알렐루야의 가락에 맞추어 성경이 봉헌되는 것이다.

 

 

손에 손을 잡고 드리는 주님의 기도는

시복감사 현양대회의 절정이었다.

 

"영광이며 사랑이신 우리 주님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오병이어(五餠二漁)'의 기적처럼

5,000명의 신자들이 한꺼번에 영성체를 하였다.

 

 

현양대회 파견예식은 주교님이 배를 타고 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였던 김기량 펠릭스가 탓던 배는 

순교영성과 함께 교회의 거룩한 제대로 모셔졌다가

 

이제 이시대를 살아가는 세상과 한 몸을 이루기 위하여

교회의 목자이신 주교님과 함께 세상으로 파견되어 나아가는 것이다.  

 

 

혹자들은

거룩한 제대로 사용하였던 배를 주교님이 탈 수 있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 우리 교회는 세상과 한 몸이되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기에

이 배를 타고 세상으로 파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복 감사 현양대회는 배로 시작되어 배로 마무리하고 있고

그래서 나는 이 배를 '성령의 배'로 부르고 싶어졌다.

 

 

길고 긴 현양대회가 모두 끝났다.

 

행사는 4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나

준비와 리허설을 위하여 아침 9시에 한라체육관에 나왔으며

 

김밥 한 줄과 삼다수 한 병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무대 철거까지 모두 끝난 시간은 저녁 7시,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순교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시복 감사 현양대회'를 맞아

이 대회를 기획하고 연출한 서귀포성당 주임 현요안 신부는 

행사 말미에 총대리 신부의 인사말을 통해 교구민 전체로부터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 행사와 박수의 뒤안길에는

우리 서귀포성당 퍼포먼스팀을 비롯하여 많은 스텝들이 있었다.

  

 

밤 9시, 

성당에 도착하여 현양대회에 사용하였던 소품까지 모든 정리를 마치고

서귀포의 어느 감자탕집에서 '뼈감탕과 소주'로 자축연을 가졌다. 

 

"건배~! 이제 우리도 퍼포먼스 배우로 데뷔하게되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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