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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새해를 맞이하며

by 나그네 길 2015. 1. 2.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쪽에서 떠오르는 첫 해를 맞이하면서 소망을 기원하려고 한다.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성산일출제를 찾기도 하고

밤 1시에 눈덮힌 한라산을 올라 백록담에서 일출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마을별로 바닷가의 명소를 찾아 일출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 성당에서도 새벽에 해맞이 야외미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올 해 서귀포성당의 새해 맞이는 좀 풍성하였다.

 

먼저 12. 31일밤 미사가 끝나고

저녁 9시부터는 풍성한 광어회로 '송년의 밤'을 가졌다.

 

 

아마도 성당에서 광어회로 송년의 밤을 보내는 경우는 거이 없을 것이다.

 

이는 본당 신자 중에서 광어양식장을 운영하는 암브리시오제님이

광어를 무려 20마리나 봉헌하여 풍성한 송년의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송년파티는 본당 현요안 주임신부님이 추진으로

본당에서 봉사직책을 맡아 수고하시는 분들을 초청하였고,

 

송년미사를 참례하신 신자 모두가 함께하여

막걸리와 소주로 맛있는 송년을 보낼 수 있게 된것이다.

 

 

이 자리에는 본당의 다문화 가족들도 많이 참석해 주었다.

 

이 아이는 나의 대자 고은범 노엘이다.

2011년 성탄절에 태어난지 40일만에 아기 예수가 되어 구유경배를 받았던 아이,

 

그 날 300여명이 신자들이 구유경배를 하는 동안

정말로 아기 예수가 되어 예쁘게 자고 있어 신기해하였던 기억이 있다.

 

 

 

싱싱한 횟감이 풍부해서인지 모두가 즐거운 마음이었고

지나간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잊지못할 송년의 밤이 되었던 것 같다.

 

 

 

새해 첫 날, 1월 1일 새벽 6시,

이래적으로 성당이 아닌 야외에서 '해맞이 미사'를 계획이 있었다.

 

서귀포 정방폭포 절벽에 위치한 서복전시관 잔디광장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 날 눈이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서복전시관에서 야외 해맞이 미사를 시작하였는데

정말로 미사 중에 눈이 펄펄 내리면서 해맞이가 아닌 '눈맞이 미사'가 되었다.

 

이 날 일출을 볼 수 없을 것을 잘 알면서도

눈내리는 새벽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평소 새벽미사보다도 더 많은 신자들이 참례한 것은 예상외였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성스런 미사가 집전되었고

성체를 거양하는 사제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 본당 현요안 신부님이 아니면

이렇게 추운날 새벽에 야외에서 미사를 집전해 줄 사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의 기억속에는

제대와 성합과 성반 위에 이렇게 눈이 쌓인 것을 보지 못하였다.

 

아마도 사유를 모르는 신자들이 이 사진을 본다면

주님의 식탁인 제대와 제기들을 소홀리 다르고 있다며 비난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찬 바람과 함께 내리는 눈보라로

겨우 성체에만 눈이 쌓이지 못하게 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미사시간 내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경건하였고

손에 손을 잡고 찬양하는 '주님의 기도'는 성령의 힘으로 차가운 손을 녹여주었다.

 

만약 지나가는 시민들이 우리 성당의 해맞이 미사 장면을 보았다면

아마도 광신도 집단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미사가 끝나고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은 이 아침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고

이런 생강차를 생각하고 준비해준 사무장님에게 모두가 감사했다.

 

이렇게 눈과 함께 했던 해맞이 미사는 오래도록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새해 첫 날이 밝았다.

 

 

천주교회에서는 1월 1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낸다.

 

교중미사에서는 나와 함께하는 본당 '사목회 총무 레오'와 '서기 안나'가 독서를 하였고

그리고 몇 년만인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도 대축일 봉헌 예절에 참여하였다.

 

올 해부터 본당 사목회에서 최선의 봉사를 하겠다는 다짐하는 기회로 삼았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안에 보내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갈라 4,6~7)" 

 

 

교중 미사가 끝나고 새해 떡국 나눔 행사를 가졌다.

 

300여명이 신자들이 오손도손 나누는 떡국을 만들기 위하여

본당 여성단체에서 며칠간 많은 수고를 해 주셨다.

 

다른 이들을 위하여 말없이 뒤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분들은 봉사를 하면서 이미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기 때문에 행복하다.

 

 

그러나 자신의 봉사를 알아 달라고 내세우며 봉사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 자들도 있다.

 

이런 자들은 자기는 일을 하는데 누구는 일도 안한다고 불평을 말하면서

이미 자신들에게 주어진 은총을 걷어차 버리는 헛수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교구에서는 전통적으로 새해 첫 날에

교구장님을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신자대표들이 함께하면서

우리 제주교구의 주보이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께 대한 교구 봉헌미사를 드리고 있다.

 

한 낮에도 펑펑 쏟아지는 눈으로 평화로까지 얼어

서귀포 시내 다른 성당들은 대부분 미사 참례를 포기하였는데,

 

우리성당은 대형버스가 있어 여러 신자들이 교구봉헌미사에 참례하였기에

주교님께서도 흐믓해 하셨다는 후문이다.

 

나는 지금까지는 수십년동안 새해 맞이는

경찰이라는 직장위주로 충혼묘지 참배와 신년하례식 등을 해왔다.  

 

그러나 올 새해에는

신자대표인 '총회장'이라는 봉사직때문에 성당을 중심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송년미사와 송년의 밤 행사 그리고 새벽 해맞이 미사,

또 교중미사 봉헌과 떡국나눔 그리고 주교좌 성당의 교구 봉헌미사까지 마치고 보니

무려 24시간 동안 4대의 미사 참례와 2번의 본당 행사를 주재하였다.

 

이렇게 길고도 길었던 새해 맞이 행사가 모두 끝났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면 즐겁게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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