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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한라산 겨울 표고버섯

by 나그네 길 2015. 2. 25.

버섯은 포근한 계절에 포자 번식으로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엄동설한 한라산 둘레길에서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도 겨울 버섯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주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산과 들 여기저기에서 여러 종류의 버섯을 만날 수 다.

 

그리고 한라산 중턱의 900m 고지대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대부분 가을에 표고버섯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표고버섯은 마른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을 말하는데,

오래 전부터 한라산에서 인공 재배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참나무를 베어 건조시킨 후 일정한 길이로 잘라 구멍을 내어  버섯 포자를 넣는다.

 

그 나무들을 기온이 따뜻하고 적당한 습기가 있는 수풀 속에 세워 두면

5~6년 여러해 계속하여 표고버섯이 자라게 되므로 채취하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버섯을 '초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표고버섯 재배지를 '초기밭'이라 하며

일제 당시 1905년경 부터 한라산 중턱에 초기밭이 여러 군데가 있어 번호로 구분했다.

 

우리 동네 남원읍 위미리에서는 청년들이 "3림번과 4림번"에 초기 채취 작업을 많이 다녔다.

 

<1950년대 한라산 동수악 3림번 초기밭에서 초기 말리는 장면, 사진:제주도>

 

  이러한 표고버섯 인공재배는 제주에서 처음 시작되어

1960년대 후반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명품 특산물이었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 나무벌채가 금지, 중국산 표고버섯 수입 등으로

제주지역 표고버섯 생산량이 감소해 2013년말 기준 연간 69t에 불과했으나

 

최근 자연식품을 선호하는 힐링 붐으로

표고버섯에 대한 인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재배농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은 8~10월에 습한 기온과 후덥지근한 날씨에서 서서히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까지

버섯 왕국이라 불릴 만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버섯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 식용은 '표고버섯'과 '말똥버섯' 등 몇 종류 알지 못하지만

땅 위에 혹은 나무 그루터기나 고사목에서 곱게 피어나 숲의 요정처럼 무리지어 있다.

 

이러한 표고버섯이 겨울에도 자라는 것은 나도 처음보았다.

 

지난 설연휴에 한라산 수악교 둘레길을 걸었는데

그 전 비 날씨로 눈은 대부분 녹았버렸으나 아직도 겨울바람은 차가웠다.

 

그런데 며칠 전까지 눈으로 덮여 있었던 표고버섯 재배지에서

고목의 틈서리 여기 저기에서  표고버섯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생명은 참으로 신비하다.

어떻게 버섯이 눈이 덥힌 영하의 날씨에도 종자를 번식하고 자랄 수 있는지.

 

그래서 자연산 겨울 표고버섯은 그대로 약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어

몇 개를 따와 함께 갔던 건강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었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싱싱한 겨울버섯들은다.

그러나 이 버섯들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버섯이므로

 

추운 겨울 한라산 중턱에서

눈과 비와 겨울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표고버섯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무협지의 '만년설삼' 이나 '공청석유'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약초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이 한라산 자연산 겨울 표고버섯을 맛있게 먹은 사람이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간다면 내년에도 다시 겨울 버섯을 따러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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