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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성지(聖枝)가지

by 나그네 길 2015. 3. 26.

부활절 前 주일은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라고 한다.

 

성지(聖枝)란 축복 받은 나뭇가지를 말하는데,

2천년전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면서 환영했던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편백나무를 이용하여 성지가지를 만들고 

성지주일에 성수 축복을 받아 가정에서 1년동안 보관하게 된다.

 

 

 

그렇다면 성지주일에 전국 2,400여개의 성당에서

약 300만명 정도가 사용하는 성지가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한라산 중턱의 편백나무 숲>

 

제주교구 소속 11개 성당에서는

전국의 성당에서 필요한 성지가지를 주문받아 납품하는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성지가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성지가지를 채취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을 찾아야한다.

이 편백나무는 주인의 허락은 물론 가지치기 등 산림법에 저촉이 되어서는 안된다.

 

 

 

성당별로 적게는 5만개에서 많으면 25만개까지 주문을 받게 되면

성당의 인력과 장비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작업계획을 세우게 된다.

2015년, 성지가지 작업 계획.hwp

 

그리고 성지주일 1주일 전 후에 

모든 신자들을 동원하여 성지가지 만들기 작업을 끝내야 한다.

이 성지가지는 성지주일이 지나면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라산 중턱에는 편백나무 숲이 있는데 10m정도 상당히 높게 자란다.

 

그 가지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3m 사다리를 보다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하며

손 톱으로 가지를 자를때에도 아무 가지나 잘라 내어서는 안된다. 

 

그러다 보면 톱날에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나무에서 잘린 편백가지를 끌고 임도까지 내려와 큰가지를 잘라낸다.

편백나무 숲에는 가시덤불이 많기에 주로 남성들이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리고 나뭇가지에서 필요없는 가지를 잘라 버리는 다듬기를 한다.

 

 

.<서귀포성당 현요안 신부>

 

이날은 본당 주임신부님도 예외 없이 작업에 참여한다.

그리고 휴식을 자주하면서 서둘지 않아야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장비중에서 가장 중요한 손 톱은 10개 정도 준비한다

그리고 전정가위는 각자가 1개씩 휴대하는 것이 좋다.

 

가지를 묶는 끈과 장갑 또한 필수이다.

 

 

 

적당한 크기로 선별해낸 편백 나뭇가지들은

보릿단처럼 적당한 크기로 묶어야 운반하기가 편하다.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막걸리도 입만 축이고 맛보는 수준이라야 한다.

 

나무를 자르고 톱과 가위와 같은 위험물을 다루는데 음주는 금기사항이다.

 

 

 

편백나무가지를 트럭에 싣고 성당으로 나른다.

이 차에 가득 실을 경우 약 2만개의 성지가지를 채취할 수 있다.

 

 

 

 편백나무숲에서 내려오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였다.

첫째 날 나무가지 채취 작업에 남성 25명과 점심봉사로 여성 3명이 참여하였다.

 

 

 

성당에 도착하면 나뭇가지를 내려서 쌓아 놓는다.

 

그리고 성당 교육관에는 자매님들이 20여명 동원되어

성지가지를 자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성지가지를 만드는 이 때가 아주 중요한 작업과정이다.

 

나뭇가지에서 손바닥 보다 크게 생긴 곧은 가지를 잘라내는데

너무 크게 잘라버리면 편백나무 가지가 모자라게 되고

작게 자르게 되면 성지가지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녀님들도 종일 작업에 참여 하였다.>

 

그래서 성지가지를 만드는 작업 과정에는 주로 숙달된 자매님들이 담당하게 되며

여기에서 잘라낸 나뭇가지들은 모아서 버려야한다.

 

우리는 트럭 4대를 잘라왔는데 버리는 것이 1대가 되었다.

 

 

 

이제는 고무줄로 묶는 과정이다.

잘라낸 성지가지를 10개씩 세어서 고무줄로 묶는다.

 

이 때 성지가지 밑둥을 가지런히 잘라서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감귤콘테이너 박스에 30묶음 즉 300개씩 보관한다.

 

이대로 포장을 하게되면 운송과정에서 습기가 많아 부패해버릴 우려가 있으므로

이틀정도는 바람이 잘 통하는 음지에 잘 보관했다가 택배 보내는 것이 좋다.

 

 

 

성당에서는 일당이 없다.

 

겨우 김치찌게로 점심 한끼를 제공해줄 뿐,

모든 신자들은 말 그대로 노력봉사를 한다.

 

편백나무 가지채취 작업을 나간 형제님들 중에는

일당이 30만원이나 되는 고급 건축기술자 등 대부분 일당 10만원 이상인 사람들이며

자매님들 역시 시중에서 최하 6만원 이상의 일급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다음날은 성지가지를 택배로 보내는데,

우리 성당에서는 우체국 6호 택배 박스를 개당 2,000원에 구입했다.

 

이 박스에는 구멍을 뚫어 주어야 한다.

택배 운송 과정에서 성지가지들이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박스 옆면에 4개 그리고 위쪽에 4개의  구멍을 내 준다.

 

 

 

박스 포장작업은 많은 사람보다는 숙달된 사람들이 필요하다.

마지막 작업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담아서 송장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박스에 넣을 때는 가지 쪽은 가운데로 향하게 하는 것이

포장과 운송과정에서 성지가지를 잘 보존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사제용으로 사용할 소철은 1~2개를 함께 포장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송장을 붙이는 작업이다.

 

만약 어느 성당으로 다른 성당에서 주문한 성지가 잘못 배달되어 버리면

그 성당의 주님 수난 성지주일 행렬은 망쳐 버리게 된다.

 

 

 

이렇게 어렵고 힘 과정을 거쳐

전국 24개 성당에 35,150개의 성지가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얼마의 수익을 얻었을까?

 

우리 모두 놀라지 말자, 성지가지 1개에 200원을 받는다.

요즘 2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성지주일에 이 성지가지를 들고 가는 신자들은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우리 서귀포성당에서는 많은 신자들이 참여로

당초 3일 계획이었는데 2일만에 성지가지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 동안 첫 날 50명, 둘째날은 60명으로 총110명은 참여한 것 같다.

아마 이들 봉사자들의 인건비만 계산한다면 최소한 700만원은 넘을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 공경하는 성인 성녀들이 많이 있으나

이 성인들 중에서 혼자 기도만 하면서 성인의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세상에 나아가 희생과 봉사로 함께 하면서

복음적인 삶을 살았던 분들만이 성인 성녀가 되어 추앙을 받고 있다.

 

 

 

성당에서는 아무도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는다.

 

성지가지 작업기간 동안 희생과 봉사로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고

함께하는 소공동체에서 진정한 이웃 사랑을 체험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작업을 마치고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우리의 피로를 기쁘게 씻어 준다.

2015년, 성지가지 작업 계획.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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