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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엠마오 - 다문화 가족과 함께 걷는 하논순례길

by 나그네 길 2015. 4. 6.

부활절이 지나면

전국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관례적으로 '엠마오'라고 부르는 여정을 가진다. 

 

루카복음에 두 제자가 엠마오 마을로 가던 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절망이 희망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여정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본당에서 엠마오를 갈때에는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본당의 사목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가벼운 일정에 부활절 기간동안 수고에 대한 휴식의 의미가 많았었다.

 

그러나 최근에 성당의 엠마오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여

소위 잘나가는 사목회 임원 등 특권 의식이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올 해 서귀포성당에서는

예년에 없었던 아주 뜻 깊은 엠마오 행사를 마련했다. 

 

부활절 낮 미사를 마치고 

본당에서 가장 소외되기 쉬운 다문화 가족들이 중심이 되는

하논성당순례길 엠마오를 함께 했던 것이다.

 

<하논성당순례길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시는 서귀포성당 현요안 주임 신부님>

 

서귀포성당에서는 이런 엠마오 뿐만이 아니라 

성목요일 발씻김 예식에서도 다문화 가족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였으며

부활미사 독서와 보편지향 기도 등 대축일 전례에도 참여토록 배정하고 있다.

 

어느 새 다문화 가족들이 각종 전례행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부활절과 같은 다문화 가족들과의 엠마오 행사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본당 현요안 주임신부가 아니면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부활절을 맞아 우리 성당에 찾아오신

광주가톨릭대학교 문창우 비오 교수 신부님도 엠마오를 함께 걷는 등

적극적으로 다문화 가족들을 지원해 주셨다.

 

 

나 또한 본당 신자를 대표하는 직위에 있는 기간 동안에는

다문화 가족과 같은 본당에서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에

본당차원의 지원과 기도를 아끼지 않으려고 마음 먹고있다.

 

이 다문화 가족들을 우리 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모든 민족들이 함께 살아가라는 복음 말씀을 이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서귀포성당 다문화 가족>

 

서귀포성당에는 다문화 가족이 30여명 있는데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어린이 복사단에도 다문화 가족들이 진출했을 정도다.  

 

우리 성당에서도 어떤 신자들은 말한다.

시청에서 다문화 가족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우리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모르는 말이다.

아무리 행정기관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여도 신앙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추구하는 이웃사랑은

이렇게 먼 나라에서 이주하여 살아가는 이들을

한 가족 한 형제로 받아들이면서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아이가 나의 '대자 고은범 노엘'이다.

태어나서 30일만에 성탄을 맞아 아기예수 역할로 모든 신자들의 경배를 받았던 아이이다.

 

그 당시 나는 우연히 노엘의 대부로 선발되어 아기예수의 대부가 되는 영광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대자로 인해 나 역시 다문화 가족이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나에게 다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던 것이다.

 

<대부가 사진을 찍어주는데도 심통을 부리고 있다 ㅎ>

<하논성당터 입구에서 제주신축교안에 대하여 해설 해주시는 문창우 비오 신부님>

 

 

115년전 설립되었던 하논성당터로 향하는 순례길은 곳곳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오늘 다문화 가족들이 처음으로 엠마오 가는길을 걸으면서

오래된 하논성당터를 순례하는 뜻 깊은 날이 되었다.

 

 

하논성당터에는 순례를 확인하는 스템프가 있는데

엠마오를 함께 한 사람들이 스템프를 찍으며 즐거워 하였다.

 

 

이제 나는 다문화 가족이 일원이 되어 하논순례길을 걸었다.

 

이 들은 자주 얼굴을 접하게 되어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보디랭귀지로 의사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아마도 이렇게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한 엠마오는

전국에서 우리 서귀포성당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사목회임원들이 함께 하는 엠마오를 생략하면서

이렇게 좋은 엠마오 길을 길을 함께 걷게 해주신 주님의 섭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본당의 일부 신자들은 이렇게 여럿이 함께하는 엠마오가 싫었던지

선택된 몇 사람들끼리 모여 더 좋은 곳으로 놀러 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끼리 문화로 파벌을 조성하는 이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오늘 엠마오에 함께 해주신 비오신부님과 하논성당해설사 모임 회원들,

그리고 말없이 본당행사에 참여해주신 형제 자매님들은

아마도 엠마오를 걷는 동안에 가슴으로 느끼는 성령의 축복을 받았을 것이다.

 

오늘은 부활대축일!

서귀포성당은 다문화 가족들이 있어 부활의 은총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들로 인하여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엠마오를 버리고 하논성당순례길을 걸으며

이웃사랑을 실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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