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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하논분화구에서 벼 베기

by 나그네 길 2015. 10. 6.

제주 서귀포 하논분화구에 3만여평에 달하는 논이 있다.

 

제주는 화산암 지역으로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강이 없으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건천들은 비가 올 때만 냇물이 되어 흐를 뿐이다. 

 

따라서 물이 필요한 논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예부터 벼 농사를 짓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전 서귀포 하논분화구는 물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전,

당시 주민들이 하논분화구의 물을 빼어 논을 만들고 농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제주지역에서 유일하게 벼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논의 옛 지명은 '한논(大畓-대답)'이다.

우리말의 크다는 뜻이 '한'으로 커다란 논이 있다는 뜻인것 같다.

 

1900. 6월에 설립된 산남지역 최초의 성당을 '한논본당'으로 기록한 것을 보면

100여년 전 까지만 해도 '한논'으로 불리다가 어원이 변하면서 '하논'으로 정착되었다.

 

 

서귀포시청에서 시행하는 '하논생태교실' 벼 베기 체험에 참여하였다.

 

맑은 가을하늘과 누렇게 익어 어우러진 황금빛 벼가 어울리는 날,

난생 처음 고무장화를 신고 낫으로 벼를 베어 보았다. 

 

어린날 보리베기를 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좋은 경험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논은 육지부와 다른 기후를 가졌기

경기지역과 똑같은 '아끼바리' 벼를 심었는데 알의 굵기는 작다.

 

그래도 40kg들이 1,200포대가 생산되고 있으며,

하논쌀로 지은 밥맛은 달기 때문에 시판이 되지는 않고

대부분 지인들에게 주문 판매(20kg포대, 47,000원) 뿐이다.

 

하논분화구는

서귀포 시내와 300m 정도 떨어진 삼매봉 북쪽에 인접해 있다.

 

분화구 전체 면적은 1,266,825(383,000여평)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르형 분화구이며

 바닥면적 216,000(65,300여평) 중에서 약 3만여평에 논논사를 짓고 있다.

 

 

논 농사는 기계화되어 있다.

 

모내기 뿐만이 아니라 벼 수확도 콤바인으로 작업하고 있으므로

봉사자들은 콤바인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가장자리를 베어주면 끝이다.

 

그래도 3만여평에 대한 벼 수확을 모두 마치려면 보름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하논분화구 내에는 논 뿐만이 아니라 과수원과 습지 등이 분포되어 있으며

습지식물 213441종 등 많은 동 · 식물들이 서식하고

백로를 비롯한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논분화구의 아름다운 경관은 올레 7-1코스이다.

 

또한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산남지역 신앙의 못자리 하논성당터를 중심으로

서귀포 지역의 천주교 발달사를 따라 걸어가는 성당순례길이 조성되어 있다.

 

 

하논분화구는

2014년에 2,600여명 천주교순례자들을 비롯하여

제주도에서는 보기 힘든 논과 습지생물들은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서귀포시 녹색환경과에서는

 하논의 자연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사)제주자연학교와 함께 '하논생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 벼베기를 비롯하여 5주 동안 하논의 식물, 곤충, 수서식물을 배우며

하논의 수질과 환경에 대하여 체험해 보는 뜻있는 프로그램인것 같다.

 

 

난생 처음 하논에서 벼를 베어 보았다.

 

논 바닥이 진흙이 되어 무릅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어야 했으며

콤바인으로 쌀을 수확하는 것도 보았다. 

 

제주 사람들은 논 농사를 모른다.

제주에서 벼 베기를 체험해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주에서 유일하게 하논분화구에 논농사를 이어오고 있기에

소중한 농사와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재의 하논분화구도 인간의 삶 속에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하논분화구 복원 보존을 위하여

분화구에 물을 담는 호수복원을 추진할 필요성이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자연을 인간을 위한 것으로만 알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지구 환경에 점점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자연 생태를 돈 벌이로 생각하지 말고, 

인간 중심적인 발상으로 자연의 가치를 짓밟아 버리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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