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슬그머니 다가온 사람들이 있다.
다문화 가족 - 다른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자들을 말한다.
제주도의 원주민들은
다른 지방 사람들에 대한 폐쇄적인 섬문화가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제주는 고려 때 몽고군이 수탈과 함께 조선조까지 이어졌던 유배지였으며,
무려 500여년동안 제주사람에게 이동의 자유를 속박했던 출육금지령 등
육지사람들에 의한 피해의식이 잔재되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지역에서는
제주어로 가장 나쁜사람을 욕하는 말로 "조즈로 몽근놈"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몽근놈'은 '몽고놈'이라는 표현으로 몽골군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예전에 제주에서 국제결혼자는 아주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았는데,
몽고군과 일제점령기 그리고 6.25전쟁 등으로 외국군인들의 횡포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일까, 제주의 노인들은 외국인을 보면 무조건 '미국놈'이라고 지칭했었다.
지역민들은 프랑스 외방선교회와 아일랜드 골롬반회 신부님들에게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싸늘한 눈초리였던것 같다.
이렇게 제주는 섬지역 특유의 배타적인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배타적인 문화가 변하고 있었다.
최근 제주에 들어온 이주민들을 이해하며 거부하지 않고,
외국인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제주지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추어
우리 서귀포성당은 다문화 가족들을 교회내에 정착시키는데
제주교구내에서 모범적이며 성공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지난 2015년 2월 다문화 가족들로 구성된 '나오미'모임을 만들었다.
이러한 다문화 가족 모임은 2010년에도 시도를 했었다.
다문화 가족 20여명이 매주 모임을 갖고 행사에 공연도 참여했었는데,
사목회 회장단이 바뀌고 본당 주임사제 인사이동이 있자 그냥 사라져 버렸었다.
그래서 이번엔 사목회와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식 모임을 결성하였다.
그리고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다문화 가족 모임 명칭을 '나오미'(구약, 이방인 여인 룻의 시어머니)로 정해 주셨다.
그 후 다문화 가족들을 우리 성당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나오미 모임을 활성화 시키기 위하여
다문화방 마련, 정례모임 예산지원, 대축일 전례참여, 본당 행사 공연, 교중미사 안내 등 정착시켰다.
이제 다문화 가족들은 교회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으며,
오히려 이 나오미 가족들로 인하여 우리 성당이 활력을 받게 되어갔다.
116년 역사의 오래된 서귀포성당,
젊은 신자보다는 나이를 먹은 신자들이 많은 이 성당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게 된것이다.
성당에는 일정한 주기로 주임사제와 사목회장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 가톨릭교회가 가지는 특징이며 또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다문화 모임을 없애버린 것처럼
전임자들이 노력해 왔던 것을 무시하려는 폐단 역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오미 모임'을 결성하여 주교님에게 보고를 하면서
함부로 이 다문화 모임을 없애지는 못하도록 제도화하였다.
다문화 가족 '나오미'모임은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1년 반 만에 필리핀과 베트남 이주여성을 중심으로 24명이 회원을 두었으며
주일날이면 어린이들까지 3~40여명이 북적댄다.
,
서귀포성당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배려가 알려지면서
베트남, 동티모르, 파키스탄 근로자들까지 제주도내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다.
오늘 그 다문화 가족들이 고향방문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나오미 착한 며느리 잔치"이다.
음식도 "베트남 쌀국수, 롬피아, 파전, 한국식 순대 등등 국제적인 먹거리,
아나바다 장터를 포함하여 다문화 어린이들이 난타와 필리핀 전통춤까지 즐거운 하루였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여러 기관단체에서 찾아주었다.
그래서 순수익금이 700만원이 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여기에 서귀포성당의 사회복지기금을 얼마간 지원하면
4가족 10여명이 15일동안 필리핀 등 고향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오미' 다문화 가족모임은 제주교구 전체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제주도 주민들도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 잘 어울리고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유럽사회처럼 이주 난민들과 다문화로 인하여 몸살을 앓기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들을 받아들여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귀포성당의 성공적인 '나오미 모임' 정착사례는 자랑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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