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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제주의 포구(개맛) 이야기

by 나그네 길 2017. 4. 5.

제주의 마을들은 대부분 바닷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예부터 제주는 물이 귀하여 용천수가 솟아나는 바닷가에 모여 살았고

그 어촌 마을마다 '개맛'이라고 불리었던 자그마한 포구가 있다.


<제주의 개맛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망쟁이(망장포구)>


개맛(포구)은 커다란 돌을 이용하여 양쪽으로 방파제를 쌓고

가운데에는 작은 배들이 들락거릴 수 있는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개맛은 간조 시에는 바닷물이 다 빠져 나가 바닥이 드러나기도 한다.  

    


'개맛'의 '개'는 제주말인데, '바닷물이 드나드는 장소'를 말한다.

마을 앞에 바닷가를 '앞개'라고 부르는데 '앞'과 '개'가 합쳐서 만들어졌듯이


배를 맞이 하기에 '개맞(개맛)'이라고 불렀던것 같기도 하다.



개맛 포구에는 '풍선'이라고 불리는 돗단배들이 대여섯척 정도

그리고 보통은 노젓는 통나무배인 '테우'도 두어척 메어져 있다.


'풍선'은 아마도 바람으로 움직이는 배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풍선에는 선원 5명이 한 팀이 되는데,

보통은 선장 '배임제'(선주)와 선원 '보재기'가 있다.


풍선은 바람과 함께 '보재기'들이 노를 저어야 운항할 수 있기에 

노잡이 2명과 돗잡이 2명이 교대로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사진작가 서재철 작품>


겨울철 한라산에서 바다 쪽으로 하늬바람이 심하게 몰아 치는 날,

세찬 바람을 받은 2개의 돗을 단 풍선을 바라 볼때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바람의 반대 방향인 개맛으로 돗단배가 들어 올 수 있는지? 



 이렇게 배가 개맛에 들어 올 때면 소라껍질로 만든 '고동'을 길게 부는데,

선원가족과 마을사람들은 '뱃 고동'소리만 듣고도 어느 배가 들어 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닷 고기를 사러 '개맛'으로 나간다.

 


개맛에서 생선을 파는 방법은 좀 특이하다.


주로 겨울에 옥돔, 봄에는 조기, 여름은 자리돔, 가을은 갈치를 잡는데,

생선을 크기별로 굵은 실을 이용 3~4마리씩 아가미를 꿰어 '꿰엄지(꾸러미)'를 만든다.



개맛의 생선 판매에는

관례적으로 '꿰엄지' 당 얼마라는 판매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개맛에서는 돈을 주고 받지도 않아도 생선을 살 수 있었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기에 나중에 돈이나 보리쌀로 갚으면 그만이다.


그 때는 '존다니(바다장어)'나 '뽀래기(꼼장어)' '복쟁이(복어)'는 그냥 던져주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4월 초파일에는

개맛에서 배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배코시'(고사,告祀)를 지내기도 한다.


배에는 형형색색의 헝겁으로 만국기를 만들어 달고

밤이 깊어지면 배 앞에 고사상을 놓고 '보재기'(선원)들은 절을 하는 '코시'를 지낸다. 



제주의 해안 마을 '개맛'은 어부들이 고달픈 삶의 현장이면서 

자연스레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제주의 포구 개맛은 우리 어촌 출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직도 살아있다.



이제 제주의 어촌 마을에는

옛 냄새가 풍기는 돌로 만든 '개맛'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대부분 항구를 개발한다면서 시멘트를 바르고 사라져 버려 아쉽기도 하다.



제주의 신들은 돌이 되고 나무가 되며 도통(돼지우리)에 살기도하고

초가지붕에도 있으며 고팡(광)과 화장실에도 산다.


이렇게 제주에 널려 있는 신들을 다 섬기기 힘들기에

여러 신을 함께 모시려는 신당(神堂)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의 '개맛'에는 신당이 있으며 여러 신(神)들이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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