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의 자연

대수산봉과 군위오씨 - 제2공항의 가장 큰 피해자

by 나그네 길 2017. 6. 7.

대수산봉과 군위오씨(軍威吳氏)는 600년 동안 함께 살아오고있다.

 

조선 세조때 왕위 찬탈에 반대하였던

나주영장 통정대부(羅州營將 通政大夫) 오석현(吳碩賢) 공이 제주에 유배되어

성산읍 수산리에 정착 후 이 곳 대수산봉에 입도조 묘역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수산봉, 사진 옵져버블로그>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오던 대수산봉이 날벼락을 맞았다.

제2공항이 성산읍 지역에 들어서게 되면서 오름을 잘라내어 없애버린다고 한다.


 <큰물뫼 大水山峰(대수산봉) 표고 : 137.3m 비고 : 97m 둘레 : 2,094m 면적 : 260,522㎡>


<2공항 부지에서 보이는 대수산봉>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요약본에는 2공항 동측 수평 표면에 저촉되는 대수산봉의 경우 비행 안전을 위해 절취가 필요하며,

토공량 산정시 그 절취량을 반영한다고 기술돼 있다.">(6.6일자 제주의 소리 기고문)


<바다에서 바라본 대수산봉>


대수산봉 중턱에는 군위오씨 제주 입도조의 묘가 있다.


제주도 전역에 군위오씨는  22대에 걸쳐 약 20,000여명이 살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입도조의 묘소가 파헤쳐 버리게 되었으니 너무 황당한 일이다.



군위오씨의 입도조의 묘소가 조성되어 있는 큰물뫼(대수산봉)는

풍수학적으로는 누운 소의 형국(臥牛形)이며

 

입도조의 묘는 바로 누운 소의 젖통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이 자리는 왕혈(王穴)이라 하여 제주에서 첫손꼽는 명당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사진,수암풍수지리연구소>


당시에 지관이 묫자리를 잡을 때

칠대에 걸쳐 정승이 나오는 '칠대 정승지지' 보다는


오래도록 자손이 많은 '누만년 품관지지'를 선택하였기에

이렇게 자손이 많아지면서 오래도록 풍성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제주에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제주의 군위오씨 일가도 날벼락을 맞게되었다.


 밀실 행정에 의한 누군가의 공항부지 선택으로

600년의 역사가 살아있는 입도조의 묘역과 제주의 오름마져 파헤쳐 버리는 것이다.


<대수산봉 정상, 썬님의 블로그>


나는 강정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보았다.

당초 강정마을에서는 80%가 넘는 대부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였다.


그런데도 국가시책이라는 명목으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과 운동가와 종교인들을 빨갱이로 몰아 여론을 조성하면서

공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주도민 대부분은 자기와 관련이 없는 해군기지를 용인하였다.

  

<대수산봉에서 바라보는 일출봉>


아마도 제2공항에 건설되는 공군기지도 이런 방법으로 건설될 것이다.


국가시책에 반대하는 성산 주민들을 빨갱이로 여론조성하면서

강정에서 처럼 경찰력을 동원하여 구속과 벌금폭탄으로 공사를 강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산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민들은 무관심으로 쳐다보게될 뿐이다.


<군위오씨 입도시조 묘제>


매년 4월에는 대수산봉에서 군위오씨 입도시조 묘제를 겸한 정기총회가 열린다.


입도 18세 손인 나는 이 묘제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몇 백년을 내려오는 전통적인 씨족 모임도 이제 마지막을 고할 때가 온다.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하면 대수산봉과 우리 입도조 묘를 파헤쳐 버리게 될 것이다.

'제주의 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딸기의 추억  (0) 2017.06.20
프리다이빙의 천국 제주  (0) 2017.06.15
제주의 포구(개맛) 이야기  (0) 2017.04.05
서건도(썩은섬) 모세의 기적  (0) 2017.03.13
사라오름 설경(雪景)  (0) 2017.02.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