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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산딸기의 추억

by 나그네 길 2017. 6. 20.

제주에서는 산딸기 종류를 모두 '탈'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들판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산딸기를 '보리탈'이라고 부르며

아이들이 즐겨 따 먹기는 탈이기도 하다.


<보리탈 : 사진 한라안경>


'보리탈'은 이른 봄에 보리밭 돌담사이에 하얀꽃으로 핀다.


그리고 보리와 함께 익어가며 보리 수확철에 먹기 때문에 보리탈이라고 불렀다.



1960년대 제주의 아이들은 배가 고팠다.

지금은 잊혀져 버린 '보릿고개'가 되면 '강냉이(옥수수) 죽'을 먹었다.


새마을 작업에 참여하면 강냉이 포대를 나누어 주었는데

그 강냉이 포대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진 미국의 원조품이었다.


그렇게 영양이 불균형 했던 당시 제주의 어린이들은    

마치 지금의 난민선에서 볼 수 있는 배불뚝이 아이들과 많이 닮았던것 같다.



제주의 산과 들에 먹을게 별로 없었던 보릿고개의 계절,

그 봄철에 익는 달콤한 '보리탈'은 제주인들에게 아주 좋은 먹을거리였다.


보리를 수확하면 먼저 '보리개역(미수가루)'을 만들었는데,

설탕 대신에 인공감미료 '사카린'을 첨가하여 만든 보리개역은 구수하고 달고 맛있었다.



제주에는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 '한탈에 보리개역'이라는 말이 있드시

미수가루에 탈을 비벼 먹는 달달한 맛은 정말로 별미였던것 같다.


이렇게 제주에서 산딸기는 우리 세대에 소중한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탈의 종류는 세가지 정도이다.

먼저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밭딸기를 '보리탈'이라 부르고 많이 따 먹는다.


그 다음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나무에서 열리는 산딸기를 '한탈'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보리탈보다 크고 맛있어서 '한탈'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제주의 한탈>


그리고 세번째는 아래 그림과 같은 못 먹는 탈이 있는데,


제주에서는 이 탈을 '뱀탈'이라고 부르면서 너무 맛이 없기 때문에 먹지 못한다.

 

<제주의 뱀탈>


제주에는 복분자를 따로 부르는 말은 없다.


복분자라고 부르는 산딸기 개량종 빨간열매는 익을 수록 검어지는데

이러한 복분자는 제주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하우스에서 생산한 산딸기와 복분자들은 넘쳐나지만,

예전의 새콤 달콤한 자연산 '탈'의 신선하고 깊은 맛은 거이 느낄 수 없다.


 이제 식품은 풍요속의 빈곤의 시대인것 같다.

유전자를 변형한 GMO식품 그리고 MSG와 인스턴트에 길들어진 요즘,


자연산 건강식 '한탈에 보리 개역'을 먹었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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