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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주교님과 함께 걷는 제주평화대행진

by 나그네 길 2017. 8. 2.

제주의 여름은 평화대행진이 있어 더 뜨겁다.


올 여름 제주의 유래없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강정에서 출발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변함없이 동군과 서군로 이어졌다.



올 해 평화대행진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과 함께

8.15일 주교서품식을 앞두고 있는 문창우 부교구장 주교님이 함께 걸어 더 뜻깊었다. 

 


이렇게 매년 여름이 되면,

 

전국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제주지역의 여러가지 이슈를 찾아보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1980년대 후반 군사정권의 말기에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실시되었던 '탐라순례대행진'이 그 시초였다.


서슬이 퍼렇던 제5공화국 당시 금기시 되었던 제주의 4.3문제 거론을 시발점으로 하여

 '탐라순례대행진'이 시작되었으니 얼추 30여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당시 제주대학교에 재학중이었던 문창우 주교님도 6월항쟁에 참여하였다.


문주교님은 뜨거운 함성으로 어우러진 중앙로 길거리 시위중에

진압경찰의 검거를 피해 피신한 곳이 중앙성당이었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문창우 학생은 광주신학대에 입학하여 사제가 되었으며

차기에 제주교구를 이끌어 갈 목자, 부교구장 주교가 되셨다.

 



6월항쟁 당시 나는 서귀포경찰서 순경이었다.

 

한 달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국적인 시위에

무거운 마징거젵 진압복을 입고 매일 제주시 중앙로로 출동하였고,

중앙로 길바닥에서 앉아 곰보빵과 두유로 한 끼를 때우면서 최류가스로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시위진압과정에서 문창우 학생 시위대열과 우리 진압부대가 부딪혔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탐라순례대행진은 매년 여름 지속적으로 실시되었다.


"4.3진상 규명" "모슬포군비행장 반대" "제주개발특별법 반대"

"노동자인권보장" "전교조 탄압금지" "탐라에서 백두까지" "해군기지반대" 등

시대에 따라 구호가 달라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서귀포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행진하며,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동군과 서군이 만나 한마당 축제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나의 경찰경력에서 많은 부분은 정보분야 근무가 차지한다.


 서귀포서 정보형사를 거쳐 정보2계장과 지방경찰청 정보주임까지 두루거치면서

언제나 7월말에 시작하는 순례대행진으로 여름철 휴가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제주치안의 일선에서 정보대책을 수립하고

경찰부대를 동원하여 순례행진 중에 수배자 검거에 주력하였던 입장에서


무려 30년 만에 주교님과 함께 제주평화대행진에 참여하였으니 많이도 바뀌었다.



오늘도 이렇게 역사는 흐른다.

6월항쟁 당시 수배자였던 대학생들이 지금은 국회의원과 청와대 보좌관이 되었다.

 


또한 반독재 투쟁에 수배당했던 학생들은

정무부지사와 도의회 의원과 교수로 제주도의 정계와 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우리는 현재의 상황만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서는 안 될것 같다.



제주도에는 지역마다 마을마다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문제는

바로 강정 해군기지와 성산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이 반발이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허찬란 신부와 위원들이 문창우 주교님과 함께 걸었다.>


지역주민들이무려 9년여 동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정해군기지는 이미 완공되었고,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성산 제2공항건설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제주평화대행진으로

제주지역의 이러환 사회적인 이슈들이 무엇이 달라질 것같지는 않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과 관계자들에게는

더운 여름날 팥빙수처럼 잠간이나마 시원함을 전달해 줄것이다.


다양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비난하지 말고 누군가는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해주어야 한다.


<평화대행진에 함께 걷고 있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과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이 시대의 교회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가장 낮은곳으로 가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교님과 함께 걸어 갔던 '제주평화대행진'은

우리에게 또 다른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묵상의 시간이 되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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