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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문창우 비오 주교 서품식에서

by 나그네 길 2017. 8. 17.

내 생애 처음으로 주교 서품식에 참례 할 수 있었다.


아마도 향후 20년 내에 제주교구에서 다시 주교가 탄생하기는 힘들 것이기에

문창우 주교의 서품식은 우리 제주교구민들에게 주어진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올 여름 제주교구에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문창우 주교님이 "하느님께서 큰 사고를 치셨다." 고 말할 정도로

 가장 작은 제주교구에서 사상처음으로 주교가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는 한국천주교 주교단의 일원이 되었다.

 


"주~ 찬미하라, 모든 민족들아! 주~~ 찬미하라, 모든 백성아!"


제주교구 설정 40여년만에 처음으로 맞이한 경사,

모든 교구민들은 환호의 노래를 부르면서 문창우 비오 부교구장 주교의 탄생을 축하하였다.


교구장 '강우일'과 부교구장 '비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

"우일(雨日)에 '비오'까지 있으니 앞으로 교구 행사에는 반드시 비가 온다."


그렇듯이 성모승천 대축일 밤은 건드리면 '툭' 터질것 같은 잔뜩 흐린 날씨였다.



제주교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 지는 주교 서품식은 모두의 설레임으로 시작되었다.


주교 서품식은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함께한다.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주교단 28명과 교황청 대사(대리)와 일본 교토교구 주교가 

장엄한 행렬로 입당하여 삼위일체 대성당 야외 제단에 올랐다.  



삼위일체 야외 대성당은 초청인사와 신자 등 5,000여명으로 가득찼다.


당초에는 성당별로 인원을 제한하여 1,300명 정도 참석하는 실내 행사를 계획하였으나

서품식 참례를 열망하는 소망에 따라 비가 올 것같은 날씨임에도 불구 야외행사를 강행하게되었다.



초청인사는 중앙부처와 도지사, 국회의원 등 귀빈들뿐만 아니라,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3대 종단 지도자들까지 함께하였다.


그리고 4.3유족, 강정마을, 탈학교 청소년과 시민단체들이 200여명 초대하였으며,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는 생태환경활동가로 서품식에 초대 받는 영광이 있었다.

 


- 주교 서품식 순서 -


서품식은 교회의 전통에 따라 교구장과 다른 2명의 주교가 함께 하며

후보자 소개와 사무처장 신부의 <서품청원>으로 시작된다.


"존경하는 주교님! 저희 제주 교구민은 문창우비오 신부를 주교로 서품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 임명장이 있습니까?"


이때 교황대사 대리가 임명장을 높이 들어 보이고 사무처장 신부는 임명장의 내용을 읽는다.



<교구장 강론과 서약>

주교 서품자는 사제복사 2명을 대동하고 제대 앞으로 나오면,

교구장은 주교서품에 따른 의무와 서약을 한 후 강론을 한다.


<문비오 주교를 서품식장으로 인도하는 사제복사 : 허찬란 신부와 현요안 신부>


<성인호칭기도>

주교 서품자는 바닥에 업드려

가장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것이 성직자의 길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신자들은 성인들이 축복을 비는 성인호칭기도를 성가로 부른다.

 


<안수와 주교서품 기도 및 도유>


주교단이 일일이 서품자에게 안수를 주고나서

교구장은 주교 서품기도를 바치고 이마에 기름을 바르는 도유예식을 가진다.





<복음서 수여>

교구장은 서품자 머리 위에 복음서를 펼치고 복음서 수여 예식을 행한다.

 


<주교직 표지 수여>

주교와 지역교회의 영적일치와 계약을 뜻하는  "주교반지"

주교의 특별한 품위를 상징하는 '주교관'

주교의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자의 지팡이"를 받는다.


이 때 교구민들은 박수로 크게 환호하며 새로운 주교 탄생 기쁨을 나누고

문창우 비오 주교는 주교단과 사제 그리고 신자들에게 깊이 허리숙여 인사를 드리면서

주교 서품식의 절정을 이룬다.



<평화의 인사>

주교관을 쓴 문창우 비오 주교는 주교단 모두와 서로 포옹을 하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비로소 한국천주교 주교단이 일원이 되었음을 알리면서 주교 서품예식을 마친다.



역시 '비오' 세례명을 무시할 수 없었다.


가장 성스러운 성인호칭기도와 함께 장대비가 10여분 동안 내리면서

문창우 주교 서품식의 추억을 더해 주었다. 

 


계속해서 미사가 이어진다.

제주교구 사상 이렇게 많은 주교단과 함께하는 미사는 처음이었다.



<새주교의 영성체>



<새주교의 첫 강복>

어떤 신자는 서품식에 참례하는 이유로 첫 강복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새로 서품된 주교가 주는 첫 강복은 얼마나 큰 준성사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새주교의 첫 강복은

강복을 받는 신자나 강복을 주는 주교나 모두가 일생에 단 한번 뿐,

무엇보다도 처음이기에 더욱 뜻이 있을 것이다.



서품식 예식 중에 장대같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사람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주교 서품식인데 옷 젖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는 다행히 5분여씩 2번에 걸쳐 내린 후 멈추었으며,

 제주도의 여름 가뭄을 적시고 더위를 식혀주었다. 



<축하식>

문창우 주교는 제단 가운데 앉고 추기경과 교황대사, 대주교의 축사가 이어진다. 


문창우 주교는

주교만이 쓸 수 있는 빨간색 빵모자 '주케토'가 처음이라서 그런지 자주 벗겨지면서 웃음을 주었다.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 중에 "울보 주교"라고 부르면서

문창우 주교가 서품식 내내 감격의 눈물을 흘렸음을 알려 주었다.


대통령의 축사 대독과 도지사의 축사로 이어졌다.



부교구장은 교구장 승계권이 있어 수년내로 교구장에 착좌하게 될 것이기에,  

문창우 비오 부교구장 주교는 답사에서 향후 제주교구의 비젼을 나타내보였다.


<문창우 주교의 답사>


신성여중 교장으로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면서

학생들이 계란을 깨달라고 하여 30개나 껍질을 벗겨 주기도 하면서,


"하느님 우리 아이들이 저를 호구로 아는것 아닙니까?"

라고 물어보았더니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도 나를 호구로 알지 않느냐?"



그리고 "하느님께서 큰 사고를 치셨다"고 하시면서


"이제 제주의 사목미션을 제주의 복음화로 

'교회가 제주를 위하여 죽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제주를 위한 교회, 제주를 향한 교회'를 구체적으로 살아가렵니다."



이 말은 서품식 다음 날, 제주지역 언론 합동 인터뷰에서도 말했다.

"이제라도 교회는 제주를 위해 죽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죽는 연습이라도 필요하다.

제가 생각하는 제주 천주교는 제주를 위해 죽는 교회다.”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요!' 말씀 실천의 키워드로

'섬김과 사랑' '기쁨과 은총'의 리더쉽을 겸손되이 자리매김해 나가려고 합니다."


나는 주교님의 답사를 들으면서 지난 평화대행진 기간에

문주교님과 함께 걸으면서 공감을 나누었던 여러 주제에 대하여 다시 묵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방화방송 화면 캡쳐- 우리 부부도 나왔다>


주교단 합동강복으로

무려 2시간 30분에 걸친 주교 서품식이 모두 끝났다.


우리 신자들이야 찬양과 기쁨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으나,

도지사를 비롯한 3대 종단 대표자들은 비를 맞으며 긴 시간 동안 지루하였을 것 같다.



 미사를 마치고 파견 전에 주교단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는데,

모든 주교님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새주교의 탄생을 기뻐해 주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제주교구에서 주교가 탄생하였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이다. 


아마도 제주와 지역민들에 알맞는 사목을 하라는 뜻인것도 같은데, 

제주교구민들은 처음으로 주교 서품식에 참례할 수 있었으니 너무 큰 축복이었다. 


<서품식 기념묵주 - 당초 3,500명을 예상하여 준비했으나, 4,000명 이상이 참석하여 부족했다는 후문>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님!


'섬김과 사랑' '기쁨과 은총'의 리더쉽을 가지고

양 냄새가 나는 착한 목자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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