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선흘곶 동백동산에서는
틀낭학교의 현장 학습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곶자왈은 제주섬 어디에나 존재하며 깊은 숨결을 품어내지만
선흘곶 동백동산은 람사르 습지가 있어 더 아름답고
지역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더 소중한 곶자왈이다.
선흘곶의 동백동산은
마을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먹을 물을 긷고, 벌목하고 우마를 기르며 살아왔다.
그러나 귀한 동백기름을 만들기 위하여
땔감이 없어도 동백나무만큼은 자르지 말자는 약속을 실천하여
오늘날에는 동백동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잘 보전된 선흘곶자왈은
동백동산을 안내하는 해설사로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제주지역 생태자연 보호의 바람직한 보전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동백나무 이외에도 종가시나무·등 난대성의 수종이 함께 자라고,
숲 아래 낮은 층에는 새우난초·보춘화·사철란 등이 자라고 있다
동백동산은 예로부터 주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되어준 곳이었으며,
4.3사건때는 주민들이 토벌군을 피해 숨어들었다가 학살 당한 장소이기도하다.
또한 동백동산은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지하수 함양율이 높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제주도내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고지, 숨은물뱅듸와 함께 선정되었다.
'애기구덕물'이라고 부르는 이 물통은
새벽녘에 부지런한 아낙내가 먼저 물허벅에 담아가는 물이다.
동백동산에는 이렇게 물이 저절로 고이는 습지가 100여개 된다고 하니
오래 전부터 마을사람들이 삶의 터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침 기상이 늦은 아낙들은 더 멀리에 있는 '먼물깍'까지 물을 길러 가야 한다.
이렇게 새벽부터 물허벅 경쟁이 시작되었으니
제주 여인들이 고단한 삶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함이 필요했을 것이다.
"제주의 남자들도 허벅으로 물을 길러 갔을까요?"
아그네스 센터장님의 해설에서 나도 몰랐던 제주인의 삶을 알게되었다.
동백동산의 대표적인 습지 '먼물깍'
암반지대 위에 약 500㎡, 평균 수심이 1~2m 정도인 먼물깍은
곶자왈 안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대가 낮은 이곳에 고여 연못을 이룬 습지이다.
예전에 습지는 쓸모없는 곳, 지저분하고 해충들이 사는 곳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람사르협약 이후 습지는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유해물질을 흡수분해하고 정화하는 기능과 함께
환경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지구의 콩팥'으로 중요시 보호하고 있다.
'습지'는 민물이나 바닷물이 고여있거나 흐르는 지역을 말한다.
갯벌, 연못, 저수지, 늪, 오름 분화구 내 호수, 해안 조간대는 물론 염전과 논도 습지에 포함된다
오래 전부터 선흘리 주들이 동백동산을 잘 보호하여 온 것은 본 받을만하다.
이에 비하여 내고장 위미리에 있던 습지 '너븐못'은
이미 감귤과수원으로 변해 아름다운 연못을 찾아볼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동백동산에 동백꽃이 피었나요?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나요?"
안내센터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부부는
동백꽃보다 더 아름다운 람사르 습지를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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