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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 해프닝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사안에 너무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늘 새벽에 서귀포보건소 코로나상황실에서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알림"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1월 2일 09:30~10:30 서귀포 000사우나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 갔으므로 같은 시간대 사우나 이용객은 빠른 시간내에 서귀포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문자를 두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했던가? 아침에 일어나 이 문자 통지서를 읽게 되면서 갑자기 내 일상적인 삶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연초 휴일을 맞아 그날 비슷한 시간대에 000사우나를 이용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잘못은 전혀 없음에도 이제부터 일상 멈춤에 따른 모든 피해를 내 홀로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코.. 2022. 1. 5.
제주감귤의 아버지 에밀 타케(참 소중한 당신 2022.1월호) '참 소중한 당신' 2022년 1월호부터는 에밀 타케 신부의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100년 전 이땅 제주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식물을 채집하면서 식물종 다양성 보존과 예언적 경제를 몸소 실천하였던 사제이자 식물학자의 이야기는 가톨릭 신앙지에 연재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제주 감귤의 아버지 에밀 타케 신부 제주의 가을 색은 황금빛 오렌지이다. 여기저기 과수원마다 곱게 익은 감귤들은 마치 녹색 캔버스에 주황색 물감을 뿌려 놓은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예부터 제주에는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지정 영주십경(瀛州十景)으로 불렀는데, 이 중에서 감귤이 누렇게 익은 가을의 풍경을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며 감귤나무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이제 겨울을 앞둔 제주는 한라산 정상의 하.. 2022. 1. 1.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 예전에 우리는 한 해가 넘어가는 시기인 12월이 되면 조금은 풍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에 송구영신을 알리는 카렌다와 연하장들이 넘쳐나며 한 해가 넘어감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종교를 넘어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 받았고, 여기 저기 알듯 모를듯한 친지들 연하장이 배달되어 왔다. 어느 해엔가에는 성탄 카드와 연하장을 100여 장 이상을 받아보았을 정도였다. 당시 이러한 세밑 풍습은 폰과 인터넷 같은 같은 정보통신망 구축이 안되었던 시절이었기에, 아마도 간단한 카드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호간의 존재와 일치감을 확인하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성당에서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예쁘게 만들며 서로 축하해 주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핸드폰 문자로 성탄 메시지를 주고 받게 .. 2021. 12. 30.
최후의 종이신문 올 해를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지게 되었다. 온라인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최후까지 내 곁을 지켰던 종이신문은 주간 종교지 '가톨릭신문'이었는데, 연말을 기점으로 제주지사 운영이 폐지되면서 종이신문 배송을 그만하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반 백년 동안 우리 집으로 배달되었던 많은 종이신문들이 어느새 하나 둘 사라져갔다. 내가 신문을 처음 접하기 시작한지는 한 갑자가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신문을 처음 접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에 입학하여 한글을 깨우칠때 부터였다. 당시 일간신문은 한자 혼용이었기에 어린이가 읽을 정도가 아니었지만, 집으로 배달되는 동아일보에는 '고바우 영감'이라는 4컷짜리 만화가 한글로 연재되고 있어 세태를 풍자하는 시사 만화를 보는 재미에 신문이 기다려지곤.. 2021. 12. 23.
제주는 지진 안전대인가? 제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갑자가 넘도록 살아 오면서 지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보통 지진이나 바다의 해일 쓰나미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나 발생하는 천재지변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 전, 처음으로 땅이 흔들림을 직접 느껴보면서 제주도가 지진의 안전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겨울이 깊어가는 12월 14일 저녁,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드르르륵~ 의자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왜 이렇게 계속 어지럽지? 혹시 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잠시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꺼져있던 TV에서 삐~삐~ 긴급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재난 문자가 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긴급 대피에 익숙하지 않아 재난 방송을 시청.. 2021. 12. 18.
부스터 샷 접종기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어느날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단어가 있다. 3차 백신 접종을 뜻하는 '부스터 샷(booster shot)'이라는 단어는 외래어로 이미 우리 주변에 일상화 되었다. 이 말은 단어 자체의 뜻과는 달리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해 주기 위한 추가 접종"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어제 부스터 샷을 접종하였는데 현재까지 별 이상을 없는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위 물백신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에 걸쳐 접종하였다. 접종 당시부터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여론에 어르신들만 접종하면서 '아재(AZ) 백신'이라고 놀림을 받았었다. 아재백신에 대하여 얼마나 믿을 수 없었는지는 질병청에서 발표하는 것만 들어보면 그냥 알 수 있었다. 방역 당국에서.. 2021. 12. 17.
마스크 쓴 '서귀포아트콰이어합창단' 어떤 사안에 있어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 중에서 예술 분야는 전시나 공연보다는 연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인것 같다. 마치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다'는 시어가 우리에게 심금을 울려주었듯, 합창은 단 몇 분간 무대 공연을 위하여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화음을 맞추어야만 한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무대에서의 공연은 순식간에 허무하리만치 지나버리고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도 짧은 감격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후에도 하모니로 하나가 되었던 뿌듯한 마음은 이리도 오래 머물 수 있음은 무엇때문일까?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운영하는 '서귀포아트콰이어합창단'은 몇 년 전 '다문화 합창단'에서 시작하여 지난 해 본격적인 혼성 합창단으로 .. 2021. 12. 7.
참 소중한 당신(12월호) :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제주 신축교안 2021년 신축년 한 해를 보내면서, 이번 참 소중한 당신 12월호에는 1901년 제주에서 발생하였던 신축교안 120주년을 돌아보았다. 그리스도교의 선교 과정에서 외래 종교와 토착민간에 갈등으로 시작되었던 신축교안은 일부 교민들로인한 교폐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민란으로 제주 천주교회사에 가장 불행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신축교안 120주년을 맞아 실시하였던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제주 신축교안(辛丑敎案) 최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을 대구 교구 신자라고 소개한 그는 궁금한 사안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고 하면서, 제주 신축교안에 대하여 “왜? 신축교란(辛丑敎亂)이 아니고 .. 2021. 12. 6.
하논성지, 은행나무의 변화 하논성지에는 에밀 타케 은행나무가 있다. 올해도 이 은행나무는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몇 번의 거센 태풍을 이겨내면서 수 만 잎을 피워냈다. 그러나 올 해는 이 은행나무에게 있어 인간의 욕심에 의해 가지가 잘려졌던 수난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원한이나 불평도 없이 고고히 제자리에서 노란 단풍을 피우고 순례자들을 맞이하였다. 하논성지 은행나무는 매년 11월말이 되면 노랗게 물들어 절정을 이른다. 올 해는 지난 10월 틀낭학교에서 에밀 타케 은행나무에 대한 사연을 알게된 수강자들이 11월 15일 부터 12월 1일까지 거이 매일 하논성당터를 방문하면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 주었기 은행잎이 물들고 낙엽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서귀포신문에서 하논성지 은행나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http:.. 202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