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의 자연139

제주의 5월 장마 제주에서 예전에는 ‘오월 장마’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음력 오월은 양력으로 대략 6~7월이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흐리고 비 내리기를 반복하는 특이한 시기가 든다. 이른바 제주의 5월 장마였다. 어릴 적 어른들에게서 들었던 5월 장마에 대한 표현이 우습다. “‘왁왁 일레’ ’주룩주룩 열흘‘ ’빼쪽일레‘’우릉쾅 사흘‘” 5월 장마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달간을 아주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는 이 말을 풀이해보면 정말 현대에서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말 ’일레‘는 ’이렛날‘ 즉 일주일을 말한다. ’왁왁일레‘에서 ’왁왁‘은 ’캄캄하다‘이므로 즉 장마의 시작은 먼저 어두울 정도로 자욱한 안개가 일주일간 계속된 후 장대비가 주룩주룩 열흘 동안 쉬지 않고 내리게 된다. 장마의 후반부에.. 2021. 6. 25.
에밀타케 은행나무 가지가 잘리다. 최근 우리 인간들은 무엇에 소중한 가치를 두는냐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있었다. 120년전 산남지역 최초 성당이었던 하논성당터에는 100년이 넘었을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고고히 서있다. 이 은행나무는 2014년 하논순례길이 조성되면서 순례자들 사이에서 '에밀 타케 은행나무"로 불리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전 인근 감귤과수원 농가에서 이 은행나무의 가지를 1/3 정도 잘라버렸다. 은행나무의 그늘로 감귤이 잘 안 열린다는 이유였다. 오래된 커다란 나무의 그늘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니 농가의 입장에도 당연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이 은행나무는 100년이 넘도록 이 자리에서 자라온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하논성당 설립에 .. 2021. 4. 22.
에밀 타케의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 내가 어릴 적에는 동물들이 좋았다. TV 타큐멘터리에서 야생의 약육강식을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식물을 좋아하게 변해갔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식물들, 흙에서 싹이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식물의 한살이 과정은 참으로 신비롭게 다가왔다. 나는 식물을 잘 알지 못한다. 식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우려고 하여도 비슷한 종류가 많고 또 식물 학명은 더욱 어려워 포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십여 년 전, 사제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 신부와의 만남은 나의 삶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2010년 하논성당터 발굴과 함께 하논순례길을 조성하면서 100년도 이전에 .. 2021. 3. 24.
남성리(南星里)와 노인성(老人星) 올겨울에는 남성리에 있는 칠십리시(詩)공원을 자주 걷게 된다. 서귀포 도심지 내에 있는 이 공원에서는 눈 덮인 한라산을 만날 수 있는 멋진 포토존이 있다. 서귀포 주변에서 건축물과 전선에 방해받지 않고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정도 풍광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겨울철 남성리 칠십리시공원에서는 아주 희귀한 별인 남극(南極)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가 있다. 남극노인성은 카노푸스(Canopus)라고 부르며 지구와는 310광년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9월 하순부터 다음 해 4월 초까지 나타나는데 서귀포시 해안에서 이 별을 관측할 수가 있다고 한다. 예부터 제주도의 명승지를 뜻하는 영주 12경에 나오는 “서진노성(西鎭老星)”은 서귀진성에서 노인성인 남극성을 보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속설을 .. 2021. 1. 27.